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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탈출 Sep 04. 2018

인간이 필요 없는 세상이 온다

유발 하라리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혹자는 인간이 작업장에서는 AI와 경쟁할 수 없더라도 소비자로서는 늘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경제적으로 사회와 무관한 존재가 되지는 않을 거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래 경제가 우리를 소비자로서조차 필요한 존재로 여길지는 결코 확실하지 않다. 그 역할도 기계와 컴퓨터가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이런 경제도 충분히 가능하다. 광산 기업이 철을 생산해서 로봇 기업에 팔고, 로봇 기업은 로봇을 만들어 광산 기업에 팔고, 다시 광산 기업은 더 많은 철을 생산하고, 이렇게 생산된 철은 다시 더 많은 로봇을 만드는 데 쓰이고, 이런 식으로 계속된다. 이런 기업들은 은하계 멀리까지 성장하고 확장해 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라고는 로봇과 컴퓨터뿐이다. 자신들을 인간이 사주는 일조차 필요하지 않다.

- 유발 하라리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기대하던 유발 하라리의 신작이 나왔다.

사피엔스가 인류의 과거, 호모 데우스가 미래를 이야기했다면, 이번 책은 현재를 이야기한다. 엄밀히 말해 현재라기보다는 ‘가까운 미래’ 가 더 어울리겠다. 전작의 과거와 미래 조망을 통해 근미래 인류의 진로를 예측하며 올바른 방향을 모색해보는 시도다. 


책의 첫머리에 일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대다수 인류가 착취의 대상이던 과거와 달리 앞으로는 경제적으로 ‘무관한'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더라도, 기업들의 상품을 소비할 소비자로서의 지위는 보장받을 것이라 생각했던 상식을 무참히 깨버리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과거에는 지배 계급이 피지배 계급을, 최근에는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하는 ‘착취'의 대상으로서의 인류의 존재 가치(?)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필요 없는 완전한 무쓸모의 존재로 전락할 위기다. 

위 인용문과 비슷한 아주 단순한 예일 수 있지만, 대형 반도체 기업을 생각해 보자. 반도체 제조기업은 반도체를 만들어 로봇이나 인공지능 회사에 팔고, 로봇-인공지능 회사는 로봇과 인공지능 시스템을 반도체 회사에 팔고, 이렇게 서로의 제품을 사주는 로봇-인공지능 중심의 회사들이 늘어나면 인간의 설자리는 없어질지도 모른다.


책의 앞머리 60여 페이지를 읽었을 뿐인데, 역시나 변치 않는 통찰과 번뜩이는 예측이 놀랍다.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에 이은 또 하나의 명저를 통한 지적 모험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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