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사랑합니다
우리는 깨어있는 대부분의 시간에 일을 하며 보낸다. 일이 인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어떤 일을 하고, 일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가 한 사람의 행복을 결정하는 큰 변수가 된다.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 '일=고통'으로 여기며 산다. 매일 아침 출근은 고역이고, 매주 월요병이라는 지병에 시달린다. 일터에서 만나는 타인은 지옥이고, 주어지는 과제는 방학 끝나기 하루 전의 밀린 숙제 같다.
하지만 위대한 성취를 이룬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일에 온전히 몰입하며 영혼을 갈아 넣듯이 살았다. 마치 일을 사랑한 것처럼 보인다. 매우 단순한 결론이지만 일을 사랑하는 것이 자기 삶에서 의미 있는 성취를 이루는 비결이다. 그럼 이제 일을 사랑하기만 하면 우리는 모두 위대한 성취를 이룰 수 있다. 사랑만 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사랑에 서툴다는 것.
사랑할 때의 감정을 떠올려 보면 쉽다. 사랑에 빠지면 말 그대로 내 모든 존재가 그 대상에 빠진다. 그 대상은 꼭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어떤 일이나 활동일 수도 있다. 깨어 있는 모든 시간에 그 대상을 생각하고, 함께 하는 모든 순간이 아름답다.
진심으로 사랑하면 그 사랑하는 대상에게 나의 가장 소중한 것을 주고 싶어 진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목숨이다. 나의 삶이다. 나의 삶은 시간으로 이뤄져 있다. 우리는 사랑하는 대상과 많은 시간을 보냄으로써 가장 소중한 것을 준다.
일을 사랑한다는 것 역시 비슷하다. 그 일에 모든 관심을 쏟고, 많은 시간을 그 일에 투자하면 된다. 그렇게 일을 사랑하면 그만큼 잘하게 되고, 그만큼 성과가 나오면서 나도 만족하고, 이제 굳이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 일을 사랑하는 선순환 상태가 된다.
하지만 일에는 온전히 나와 일만 있는 1:1의 관계가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모든 일에는 그 결과를 받아보는 대상이 있다. 즉, 모든 일에는 고객이 있다. 그 고객 중에는 1회성으로 만나는 외부에서 온 손님도 있지만, 내부의 고객, 즉 함께 일하는 동료나 상사도 포함된다. 그들과 소통하며 의견 차이를 좁혀나가거나 다른 두 사람의 관계를 조율해야 할 때도 있다. 최종 사용자도 매우 중요한 고객이다. 최종 결과물을 마침내 돈 주고 사는 사람이다. 이들도 최대한 만족시켜야만 한다.
이들을 대하는 자세도 일을 대하는 자세에 포함된다. 이때 바람직한 자세 역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그들에게 지대한 관심을 쏟고, 최대한 많이 소통하며 함께 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고객을 사랑해야만 한다.
일한 대가로 나에게 돈이 주어진다. 내 소중한 시간이 투입된 결과물이다. 일에 대한 사랑의 결과물이다. 물론 굳이 사랑하지 않더라도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만 받는 사람들에겐 무슨 사랑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일을 사랑하는 만큼 성과가 나오고 그만큼 더 많은 돈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일을 사랑하는 크기만큼 돈이 들어온다. 그래서 돈은 사랑이다.
실제로 가장 받고 싶은 선물 1위는 항상 현금이다.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씁쓸한 현실이라고 비판할 일이 아니라 명백한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현금은 나의 노력과 시간이 투입된 결과물 자체이다. 그 돈에는 사랑이 담겨있다. 명백히 그 돈은 사랑이다.
그렇게 보면 나는 일에 사랑을 주고, 일의 대가로 돈을 받는다. 그럼 결국 사랑을 주고받는 셈이 된다. 일은 사랑이다,라는 명제가 성립한다. 그래서 회사가 나를 사랑하는가, 하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자꾸 사랑 타령하니 애정결핍이 아닌가 싶지만, 사실 내 삶의 모토 중 하나가 '나를 둘러싼 모든 존재를 사랑하자'이다. 모든 것을 사랑의 관점에서 보면 세상이 평화로워진다. 마주치는 모든 대상을 사랑으로 대하다 보면 그들도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때로 명상을 하다 보면 온 우주가 나를 사랑한다는 강렬한 감정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아마 이런 감정이 세상의 모든 종교를 만든 시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바로 눈앞의 일이 사랑스럽지 않더라도, 사랑하려고 발버둥 쳐보자. 당장은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그렇게 발버둥 친 만큼 내 사랑의 크기는 조금 커진다. 그렇게 조금씩 커진 사랑은 마침내, 내가 아니라 그 일이 나를 사랑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커진다.
그렇게 내 일을 사랑하는 것이 일을 대하는 가장 바람직한 자세라고 나는 생각한다.
PS. 고객을 사랑하는 서비스 플래넘,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