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있음
“다른 사람이 내 인생을 결정하는게 싫더라구”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재하(류준열)의 대사
보는 내내 입에 침이 고이고, 흐뭇한 미소가 이어지는 힐링 영화다.
장면 하나하나가 아름답고, 무심한 듯 평범한 대사들도 생각의 여운이 남는다.
시골집에서 흔히 만들어 먹을 만한 음식들을 손수 만들고 맛나게 먹는 장면이 이어지다가, 주인공 혜원이 서울 편의점 알바후 늦은 저녁으로 도시락을 한입 뜨다 그대로 뱉어 버리는 장면이 강렬하게 대비된다.
스스로 기른 작물을 손수 손질해서 요리하고 온전히 맛을 즐기는 밥상, 공장에서 제조된 틀에 박힌 도시락. 어떤 식사를 선택할 것인가? 영화는 어떤 삶을 살건가, 라는 질문을 음식에 빗대어 던진다.
밤새 이어진 폭풍우에 쓰러진 볏단을 일으키며 불평불만을 쏟아내지만, 돌아보니 어느새 그 넓은 논을 거의 복구하고 흐뭇한 미소를 짓는 모습. 사과 과수원도 엉망이 됐지만 용케 떨어지지 않고 버티던 사과를 따서 혜원에게 건내며 ‘너도 잘 버텨봐'라는 재하의 대사.
먹다만 토마토를 아무렇게나 던져 두어도 놀라운 생명력으로 기어코 열매를 맺는 슬로모션. 말없이 떠난 엄마를 이해하고, 엄마의 레시피가 아닌 스스로의 레시피를 완성하는 장면. 별거 아닌듯한 장면들 하나하나가 나름의 의미를 만들며 영화 전체의 모자이크 같은 이미지가 만들어져 간다.
고향의 친구들은 나름의 선택을 이미 내리고 열심히 달려가지만 주인공 혜원은 아직 맘을 잡지 못한다. 도망치듯 고향으로 내려왔지만, 일자리며 남자친구며 확실한 매듭을 짓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1년을 보내고 만다.
그렇게 1년 사계절을 보내며 열매가 익어가듯, 마침내는 선택을 내린다.
더 이상 다른 사람의 손에 내 인생을 맡기지 않는 삶.
내 스스로 맛을 낼 줄 아는 맛있는 인생을 선택한다.
오랜만에 손수 만든 비빔국수로 점심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