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간호사를 그만둔 이유-20

요가원 공사에 함께 참여하면서-1

by 브리나

부산에서부터 새벽 2시에 출발해 아침 7시 반쯤 서울에 도착하신 큰아버지


기존에 사무실로 쓰였던 공간을 함께 둘러보면서 평소에 구상했던 생각을 전달드렸다.

그랬더니 큰아버지는 곧바로 망치를 가져와 천장을 바로 때려 부수기 시작하시는 게 아닌가.


그때의 문화충격이란.


뭔가 함께 논의하고 얘기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는 줄 알았는데 내 느낌이 뭔지 알겠다 하시며

바로 행동에 착수하시는 큰아버지를 보고 그저 웃음만 나왔다.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고, 차분한 공간에서 요가를 수련하고 안내하는 시간들을 위주로 보내다가

갑자기 망치로 깨부수고, 먼지가 풀풀 날리고, 어지러운 환경을 직관하니

이게 진짜 삶이구나 싶었다.


큰 아버지는 이게 일상이셨을 텐데.

이렇게 고되고 열악하고 위험한 환경에서 아름다운 공간을 창조하는 일.

내 눈엔 큰 아버지야말로 진정한 수행자 같았다.


큰아버지가 천장을 계속 때려 부수고 뜯으면, 난 그 쓰레기들을 다시 정리하고 버리고, 정리하고 버리고를 반복했다. 필요한 물품이 생기면 또 구해다 오고, 중간중간 함께 의견을 조율하다 보니 하루가 금방 지나가버렸다.


30년 가까이 목수일을 하셔서 베테랑이신 큰아버지는 자재도 필요한 것만 딱딱 주문해 주시고, 정말 최소한의 금액으로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많은 신경을 써주셨다.


원래 진행하고 있었던 오랜 공사기간이 끝난 후, 비는 시간에 이렇게 도와줄 수 있어서 좋다는 큰아버지.

소중한 휴식기간에 이렇게 멀리까지 오셔서 생고생하시는 것 같아 정말 죄송하면서도 참 감사했다.

어렸을 때 큰아버지는 정말 호랑이 같고 무뚝뚝하고 무섭고 어려운 존재였는데, 조카가 요가원 오픈한다고 이렇게 몸소 도와주시리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 했다.


함께 식사를 하면서 결국엔 가족뿐이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그 무게감이 확연히 다르게 다가왔다.


그리고 이렇게 공사에 함께 참여하면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는데 그중 가장 가슴 깊이 와닿은 것은

생각만 해서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는 것이었다.


아무리 멋지고 아름다운 꿈과 희망을 가지고 있다한들

밭을 갈지 않으면, 씨앗을 심지 않으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 것처럼.


엉덩이를 박차고 일어나 밖을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움직이고. 행동해야만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을

진-하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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