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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달수씨 Jul 07. 2023

유방암 환자가 성형외과는 왜?

부분절제 vs 전절제, 성형 vs 재건, 보형물 vs 자가조직

성형成形「3」 『의학』 외과적(外科的) 수단으로 신체의 어떤 부분을 고치거나 만듦.
재건(再建)「명사」 「1」 허물어진 건물이나 조직 따위를 다시 일으켜 세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재건 성형 수술(Reconstructive surgery) 선천기형, 발육이상, 외상, 감염, 종양, 기타 질환 등으로 인하여 생긴 기능 장애를 회복하는 수술                                          

삼성서울병원 홈페이지





마지막 항암 후 진행했던 각종 검사에서 유방에 있던 종양이 확연하게 줄어든 것 (significantly decreased)으로 나타났다.(오예) 따라서 수술 시 유방외과에서의 부분절제*로도 충분할 것으로 보였지만, ‘만의 하나’의 전절제**가능성이 있는 만큼 수술에 앞서 성형외과 재건(복원) 상담도 진행했다. (병원에서 100%라는 건 없다.)


*부분 유방절제술(partial mastectomy) : 유방보존술(breast conserving surgery) 이라고도 하며, 유방암 조직을 포함해서 주변의 정상조직의 일부까지만 제거

*유방 전절제술(total/radical mastectomy) : 유두를 포함한 유방 피부와 피부 밑의 유방조직(지방조직&유선조직)을 모두 제거하는 수술


전절제 vs 부분절제 @ 민병원 홈페이지


전절제를 시행할 경우 미용상의 이유 뿐만 아니라 신체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수술한 쪽 가슴, 또는 양쪽 모두 재건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재건하지 않고 절제만으로도 끝내는 경우도 있다.) 


유방 재건은 크게 보형물을 활용하거나, 자가조직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각각 장단점이 존재한다.


보형물을 이용한 유방재건술은 수술 방법이 간단하고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유방 구축(拘縮, contracture; 반복되지 않는 자극에 의하여 근육이 지속적으로 오그라든 상태)이나 감염 등 보형물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나이가 들면서 비교적 자연스러운 모습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유방절제 후 피부가 모자랄 경우 보형물에 앞서 조직확장기를 삽입하는 단계가 필요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재건에 소요되는 기간은 약 약 3~6개월 정도 늘어나기도 한다.


뱃살이나 등살 등 자가조직을 이용해 복원 할 경우 자연스러운 모양과 촉감을 가질 수 있으며 이물질에 대한 거부반응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유방절제술 후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받는 경우라도 예후가 좋다고 한다. 그러나 조직 채취 부위에 추가적인 상처가 남게 되고 수술과 회복시간이 다소 길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가슴 보형물 종류 @ 그레이스 성형외과 블로그. 대학병원에선 이렇게 옵션이 많진 않은 것 같다



사람 마음은 참 간사하다.

유방암 진단을 받았을 때는 가슴 한 쪽이 아니라 두 짝이 다 없어진다 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당장 암 덩어리만 사라진다면, 그깟 가슴쯤이야 없어도 뭐가 대수겠는가. 그러나 정작 수술할 때가 되니까 욕심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왕이면 절제 부위가 적었으면 좋겠고, 이왕이면 흉터가 덜 남았으면 좋겠고, 이왕이면 짝 가슴이 아니라 알맞게 균형 잡힌 예쁜 가슴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절제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전절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라기 보다는 이왕 수술하는 양쪽 다 예쁘게 해달라고 해야지, 하는 김에 처진 가슴을 한껏 끌어올리는 거상술도 부탁할까, 뱃살로 재건을 한다면 다이어트 효과도 있겠구나, 보형물로 한다면 사이즈는 뭘로 하지? 물방울 모양이 좋다던데... 하며 별걸 다 고민하는 나를 보며, 아,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구나. 이것이 인간의 본성인가 싶었다.



중드 <신삼국지>를 변형한 인터넷짤. 의사선생님과의 만남이 더러웠던 건 결코 아니었습니다!!!  




수술 전 날, 밤 늦게 성형외과 전공의가 병상으로 찾아왔다. 전절제 및 재건술 시행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설명하고, 관련 동의서에 사인을 받으러 온 것이다. 


의사는 약간은 긴장한 나에게, "저를 다시 보는 건 안 좋은 거에요. 전절제 수술 절차를 설명 해드리긴 했지만 부분절제로만 끝나길 기원합니다."라며, "그래야지 저도 그 시간에 조금 쉴 수 있답니다."고 진심 어린 농을 덧붙였다. 


"이 순간 이후 서로 마주칠 일이 없는게 서로에게 최선이군요. 다시는 뵐 일 없길."내가 화답했다. 


다행스럽게도 그 말은 현실이 됐다. (물방울 가슴 안녕...) 무쟈게 피곤해 보였던 그 때 그 전공의 선생님, 꿀 같은 휴식시간을 보내셨길.






*커버사진

-마인드C 작가, 웹툰 <강남미인> 대표사진 (나무위키)


*참고글

-유방암 전절제술과 부분절제술의 선택 기준은? (대림성모병원 홈페이지, 2023.2.28)

-유방재건술 (서울대학교병원 홈페이지, 2017.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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