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계획이 계획, 얼렁뚱땅 동선파괴 서울여행

24년 12월 중순 (왜 이제야 올리는지 모르겠다)

by 메밀

[첫째 날]

1. 시작

현대백화점에서 수희 선물도 살 겸 신촌이 첫 번째 행선지가 되었다. 걸어서 15분이면 연주회장 도착할 수 있기도 하고. 선물 사고 가는 길에 타코벨이 있길래 반가워서 저녁 겸 따꼬와 맥주 한잔 곁들였다. 원래 음악감상엔 술이그등.


서울에 자주 오진 못하지만 여기저기 추억이 많다. 오기까지 결심이 어려워서 그렇지 막상 오면 참 재미져. 이렇게 글로 남겨두고 자주 꺼내 보며 날 풀리면 또 와야지. 하도 꽁꽁 싸매고 와서 그런지 생각보다 안 춥다! (여기서 내가 젤 따시게 입오따)


2. 피아니스트 박수희 피아노 독주회 관람기

- 다음 글로 따로 업로드!





[둘째 날]

1. 해장

아아로 간단한 해장. 내가 서울에 올 때마다 항상 다음 날 첫 아침은 오빠랑 나 둘 다 groggy하게 일어나 겔겔 거리거나 같이 해장하거나 뭐 그런 모습인데, 암튼 촐촐해하는 나를 위해 오빠야가 샌드위치도 시켜줬다. 반반 나눠먹으려고 했는데 오빠는 안 먹어서 다음 날 아침으로 내가 다 먹음.


2. 점심

오빠야한테 오마카세 얻어 묵음. 그동안 먹어봤던 스시에 비해 샤리는 약간 질었다는 것이 특이했으며 전체적으로 간이 세지만 맛있었다. 기름진 생선이 많아 좋았다. 사실 오빠야한테 투자 포트폴리오 상담받으며 먹느라 무슨 메뉴가 나왔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상담이라 말하고 정신교육이라 부른다.)


건질 것 밖에 없었던 간만의 남매간 건설적인 대화에 대만족. 물론 난 딱히 주는 것 없는 일방적 질의응답에 가까웠지만. 내가 잘되면 오빠야도 좋은 거지 뭐. 어쨌든 신신당부한 것을 잘 기억하고 지키기. 뭐, 난 어릴 때부터 오빠야 말 잘 듣는 동생이었기 때문에 자신 있지 (아직까지는).



3. 한남동

갖고 싶은 지갑을 파는 쇼룸이 있어 한남동으로 갔다. 내가 찾는 모델은 단종되어 쇼핑 실패. 실물 보고 바로 사려고 간 건데. 옆 가게 브랜드에 초큼? 마음에 드는 지갑이 있었으나, 기존의 예산을 훌쩍 넘어서기도 하고 그만한 돈을 투자할 가치가 있어 보이진 않아서 구매를 미뤘다(사실 남자친구한테 살까? 하고 전화했다가 까여서 금세 맘 접음!) 안내해 주신 직원분이 엄청 친절하셔서 살 뻔.... 난 친절함에 약하니께.


4. 망원 책바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 시간도 아직 이르고 망원역을 보자 책바가 떠올라서 냅다 내렸다. 망원동을 좋아하기도 하고. 뭔가 아기자기하면서 사람냄새도 나면서 좋은 추억이 많은 동네다. 연희동에서 망원으로 이전한 뒤 첫 방문. 공간이 시원해지고 정돈된 듯한데 개인적으로 예전의 느낌이 더 내 취향이다. 책바만의 색깔과 분위기가 돋보였던 공간이었는데 망원은 조금 심심하고 평범하다. 본의 아니게 두 번 다 겨울에 방문하게 되었네. 메뉴판에는 없는 술로 요청드렸다. 어차피 칵테일 쥐꼬리만큼 나올 거라 도수 센 걸로 추천받았다. 그래도 술을 곁들여 읽고 쓰는 시간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셋째 날]

1. 불광천 카페

지도 보면서 어딜 가볼까 하다가 그동안 한 번도 안 가본 동네가 있길래 대충 위치 찍고 근처 괜찮아 보이는 카페에 왔다. 부산 온천천 카페거리가 생각나는 곳이다.


융드립 커피와 티라미수. 커피맛은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티라미수는 반 이상을 남겼다. 빵 대신 초코마카다미아 쿠키를 쓴 것 같은데 크림과의 조화가 너무 무겁고 달아서 내 입맛에 안 맞았다.


무엇보다 너무너무 추웠다. 화장실에 적힌 멘트에서도, 사장님의 말투에서도, 조금은 냉한 느낌을 받았다. 내용은 같아도 전달의 방식에 따라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의 기분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디서 뭘 하든 환대받는 듯한 느낌을 중요시 여긴다. 전반적으로 아쉬운 선택이었지만 예고 없이 내린 눈을 놓치지 않고 통창 유리 너머로 볼 수 있었던 건 좋았다.


2. 칼국수

카페에서 덜덜 떨다 눈까지 맞으니 꼭 따뜻한 국물을 먹어야겠더라. 고민하다 들깨칼국수를 골랐는데 베리 나이스 초이스였단 말씀.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건 주인아주머니와 어떤 외국인 손님과의 대화. 캐나다에서 오신 손님이 근처에 집을 구하고 있었는데 그와 관련된 동네 정보를 사장님께서 최선을 다해 알려주고 계셨다. 나중에 들어보니 손님은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 핏줄이셨고, 사장님께서는 미국, 칠레에서 거주하시다가 한국으로 들어오신 건데 그래서 그런지 더 마음이 많이 쓰이셨던 것 같다.

여러모로 훈훈함이 충만했던 칼국수 집.


3. 눈

배가 터질 것 같기도 하고 적지 않게 내리는 눈도 계속 보고 싶어 천을 따라 한 정거장 정도 걸었다. 부산에 사는 나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진귀한 풍경이다. 보통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의 거주민들은 눈 오는 날을 썩 반가워하지 않던데, 내내 부산에 살면 눈에 대한 낭만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나이 듦에 비례해 감탄의 횟수가 줄어드는 건 슬프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눈에 관해서라면, 아이처럼 기뻐할 수 있는 이 마음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4. 카페 애락
남자친구의 추천을 받아 온 카페. 와보니 어제 왔던 한남동과 그리 멀지 않다. 무계획이 계획인지라 동선이 엉망진창 얼렁뚱땅 그 자체지만 이런들 저런들 어떠리. 이것이 바로 여행의 재미인 것을.
나의 취향을 잘 아는 사람이 추천한 만큼 꽤 마음에 들었다. 조용한 동네 어느 코너에 있는 작고 따뜻한, 그리고 여기만의 특유의 분위기를 가진 공간이다. 따뜻한 두유 라떼를 주문했다. 두유로 라떼를 말아주는 개인 카페는 흔하지 않기에 (두유를 쓰는 메뉴가 있어 따로 요청드렸는데 아주 친절하게 응해주심), 그리고 뭔가 ‘이 집 라떼 맛있을 것 같아!’ 느낌이라 배가 불러도 어쩔 수 없었다. 결론은 바닥까지 싹싹 다 마시고 왔지모.
눈 데굴데굴 굴려가며 내부 구경도 하고 은은하게 내려앉는 서울의 밤도 눈에 담았다. 어둑한 조명 아래서 틈틈이 글도 쓰고 말이다. 이제 진짜 부산으로 돌아가도 되겠다 싶어 이곳에 마지막 좌표를 두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표는 지하철 안에서 끊기로 하고.


5. 끝
그렇게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마무리하는 글. 이번 서울여행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함께하는 시간도, 혼자 보낸 시간도 모두 다! 또다시 맞이할 일상에, 하루하루에 충실해야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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