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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쌀알 권지연 Sep 08. 2020

66제곱미터 세상 -코로나 갔니? 우리 수업하고 싶다.

우리는 여전히 서로에게 꽃이 되어 줄 수 있을까.

 2020학년도 2학기가 시작되었다.


 2학기 시작부터 원격 수업이다. 아이들이 없는 학교에서 2주 후 등교할 아이들에게 나눠줄 2학기 시간표를 만들다가 울면서 웃었다. 코로나19는 우리 아이들을 학교에 나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로 만들어 주었다.


 학교 오는 게 좋은 사람? 하고 물으니 우리 반 3분의 2가 손을 든다. 집에서 홀로 컴퓨터 앞에 앉아 시간표에 맞춰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수많은 유혹을 뿌리치고 강의에 집중할 수 있는 14살이 몇이나 될까. 언제까지 답답하고 무료한 시간을 버텨낼 수 있을까. 학교에 가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라니 정말 꿈만 같은 일이었는데, 코로나가 그걸 해냈다.


 해마다 새 학기를 맞이하며 아이들의 삶 속으로 뛰어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를 다짐한다. 아이들의 고민은 때론 내게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다가오기도 한다. 14살 아이들의 마음의 강은 생각보다 깊고 그 강을 함께 건너가기엔 나는 아직 서툴다. 강의 깊이를 온전히 헤아릴 수 없는 나를 마주할 때면 나도 같이 물살에 휩쓸려가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친 보호막은 아이들과 나 사이에 무미건조하고 의미 없는 시간들만 남겼다. 아직 나는 주춤거리긴해도, 아이들의 손을 잡고 있다. 아마도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나의 교직 생활에서 가장 힘든 시기가 될 것이다. 6월 늦은 입학식부터 지금까지, 마스크 너머로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어떨 때 웃고, 어떨 때 찡그리는지 알 수가 없다. 서로의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고 토닥여줄 수도 없다. 온라인상에서의 조종례, 단톡방에서의 대화 등 사회적 거리두기는 자연스레 아이들과 거리를 두게 했다. 눈만 마주쳐도 웃을 수 있었던 우리 사이에 거리가 생긴 것 같았다. 우리는 여전히 서로에게 꽃이 되어 줄 수 있을까.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 시간도 우리 아이들에게는 버려질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다. 처음 중학교에 왔고, 새롭게 적응을 하고, 꿈을 꾸어야 하는 시간이고, 그 누구도 빼앗을 수는 없다. 소중하지 않은 학생은 없고 귀하지 않은 반은 없다. 나는 교사이고 담임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는 이 시간에도 아이들의 소중한 14살 인생이 지나가고 있다.


 담임인 나는 아이들에게 매일 코로나 조심해라, 외출할 때 조심해라, 사람 조심해라, 조심해라, 조심해라.. 나도 아이들도 위축되고 소심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무언가라도 해야 한다. 이대로 소중한 아이들의 시간을 그냥 보내버릴 수는 없다. 예전처럼 같이 뒹굴고, 손잡고, 토닥여줄 수는 없지만 그들의 긴 인생 여정에 잠깐의 다정함, 따뜻한 바람이 되어줄 수는 있을 것이다. 너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그들의 삶에 찾아올 망설임의 순간에 기억되기를, 거친 바다와 같은 인생길에서 다정하고 따뜻했던 14살의 바람이 파도를 박차고 나아가는 힘이 되기를.   



<2020학년도 2학기 우리 반 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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