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재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에 있다. 제주2주살이하러 온지 5일째. 오늘 걸려온 운동코치님의 전화를 받고 울어버렸다.
여기까지 읽으면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운동코치? 제주도까지 와서? 근데 왜 울어? 운동안해서 혼났나? 폭식했나?'
아니오. 내 마음을 너무 잘 알아주는 코치님 말씀 덕분에 나도 모르게 엄한데서 울고 있었다. 요즘 나는 두 달째 연속으로 #경험수집잡화점 에서 진행하는 #운동심리학자와 함께하는운동습관만들기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이 온라인 모임은 장점이 수두룩빽빽하지만 무엇보다 운동심리학자인 김예림코치님과의 코칭대화가 가장 큰 장점이다.
오늘 내가 코칭받으며 느낀 감동은 내 다이어트?의 히스토리를 잠깐 언급해야 전해질 것 같다. 10여년전 결혼식을 위해 난생 처음 6키로 정도 빼봤던 나는...결혼 후 매일 남편과 5층에서 헬스하고 1층 호프집에서 짠~ 하며 도루묵시키는 과정을 반복하며 차근차근 살을 찌웠다. 두 번의 임신과 출산은 체중증가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지난 2017년 6월, 처음으로 고혈압과 당뇨 걱정에 헬스장 PT라는 걸 끊었다. 내가 이렇게 독한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3개월만에 20kg를 감량하는 쾌거를 이룩했었다.
2017년 9020프로젝트 당시 나의 변화
더 기뻤던 건 그 어떤 의학기술의 도움없이 오로지 식단조절과 운동만으로 이루어낸 결과라는 점이었다. 때로는 내 식단이 걸그룹 식단사진보다 양이 적을 때도 있었고 삼시세끼 다 먹었지만 늘 허기졌다. 매일 한 두 시간씩 늘 강도 높은 웨이트트레이닝을 해야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그렇게 좋아하는 빵류를 끊었고 인생의 낙도 함께 사라졌었다.
다행히? 이 몸매는 2년 가까이 요요도 없이 유지됐었다. 아니 실은 더 운동 강도를 높여서 추가로 5키로 감량도 혼자서 해냈다. 유지를 위해 모두의트레이닝, 눔코칭, 다노 등 각종 운동어플도 다 써보고 오일만주스, ABC주스도 갈아먹었었다. 근데 이상하게 헬스장은 다시 안 가게 되더라. 아이들 때문에 홈트에 집중하는 거라고 치부하기엔, 무언가 강도높은 근력운동과 그 빡빡한 식단조절에 질렸던 구석이 내 뇌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었다.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던 2019년 6월을 기점으로 스트레스성 폭식이 올라오며 서서히 체중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다시 맘을 다잡고 다이어트를 결심했던 2020년 1월말, 코로나가 터져서 될대로되라 확찐자가 되었다.
그 이후에도 정말 수십번 넘게 다이어트를 시도해도 내 싸이클은 돌아오지 않았고 작년 11월엔 심각한 건강이슈까지 발생했다. 하여 12월부터 2월을 강제? 휴식기로 삼는 중이다.
다소 긴 히스토리였는데 아무튼 그래서 운동습관을 재구축하고 싶었고, 이 모임에선 전화코칭 옵션이 있다고 해서 고심하다 결제했다. 운동습관만들기 첫 주에 예림코치님께 들었던 말은 "우리 절식하지 말고 마음껏 먹기로 해요." 였다.
사실 간헐적단식을 시작한지 3주차에 접어들고 있었고 4시 이후 금식, 16시간 공복을 제법 안정적?으로 유지 중이어서 그말을 처음 들었을 땐 너무 불편했다. '뭐야~ 난 너무 잘 먹어서 몸뚱이가 이렇게 된거 아닌가?'
근데 나는 또 맞는 말이라고 생각되면 일단 잘 따라보는 스탈이라 다시 먹기 시작했다. 사실 코치님 말씀의 요지는 있는대로 다 먹으라는게 아니라 내 몸과의 대화를 시작하라는 것이었다. 배가 부르면 그만 먹고, 졸리면 자고, 피곤하면 운동도 쉬는 것이다.
몸과 마음을 함께 챙기는 지금의 나
다이어트(diet)의 어원은 라틴어 "diaeta"에서 온 것으로 "way of life" 라는 뜻이다. 이는 "적절한 음식 섭취를 통해서 조화로운 신체의 발달을 도모하는 생활 방식" 즉, 라이프스타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몇 일, 몇 달 정도 시행해보다 그만 두는 방식이 아니라 "생활 습관"을 뜻하는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전의 내 다이어트 방식은 평소 먹는걸 너무 사랑하는 내 라이프스타일에 반하는 것이기에 자꾸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매일 체중을 재는 행위도 관뒀다. 이 또한 내 몸을 사회적 수치의 프레임에 맞춰 재단하는 수순이었으므로. 채소나 단백질은 먹고 밀가루는 먹으면 안돼! 라는 음식 제한 강박도 그만뒀다. 가리지 않고 땡길땐 먹었다.
매일 5분씩 10분씩 운동하다 5주차인 요즘은 40분씩 인요가도 때로 거뜬히 해내는 기특한 몸이 되어가고 있다. 여기까지 보면 매우 긍정적인 폭풍성장과정 같지만, 매일 매순간 만나는 나와의 갈등지점도 수없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연스러움에 매일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있다. 예림코치님의 전화코칭 대화와 운동습관만들기방 운동메이트들의 긍정적 에너지, 내 몸과 대화가 늘고 있고 마음근육도 덩달아 튼튼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하려고 했다면 나는 또 내 몸을 학대하는 다이어트 방식에 매였다가 폭식했다가 자책하는 악순환을 반복했을 것이다. 고민고민하다 합류한 이 모임 덕분에 내 삶에 자연스러움의 기술이 추가됐다.
운동코칭을 받다보면 몸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내 성격, 버릇, 성향 등에 대한 이야기 외에도 남편을 비롯한 아이들 요소까지 다 이야기하게 된다. 따라서 운동코칭은 그저 운동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나를 더 돌볼 수 있는지, 나를 있는그대로 더 이뻐해줄 수 있는지, 내가 미처 못봤던 나를 발견하게 해주는 총체적 자아탐색 과정이다.
그래서 지금 살은 얼마나 빠졌느냐고?
모르겠다. 체중은 안 재니까. 옷이 헐렁해지진 않았으나 매일 운동하는 습관은 확실히 들었다. 그리고 이제 내 목표는 당장의 체중감량이 아니다. 매일 움직이는 나, 움직이니까 기분도 좋은 나, 그래서 '몸과 마음을 어제보다 오늘 더 챙기는 나' 가 되는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