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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코치 신은희 May 18. 2021

나를 위한 피크닉

나와 친해지는 중입니다.

잔인한 4월을 지나 어느덧 자기돌봄을 자꾸 잊고 스케줄 헬(hell)로 달려가는 5월을 맞이했다. 내 몸에선 보다 빨리 시그널을 보냈다. 삼차신경통 예비신호에, 두통에, 아토피피부염, 비염, 구내염까지 총동원해서 나의 4차 번아웃을 막으려 애쓰는 내 몸아 고맙다.

덕분에 오늘은 평온한 오프 데이를 보냈다.


미리 예약해 둔 회현동 #피크닉 에서 열리는 #정원만들기 #가드닝 전시를 보러 갔다왔다. 작년부터 베란다 텃밭가꾸기에 푹 빠져있는지라 모든 전시 동선 하나하나가 눈물나게 아름다웠다.

11시반 시네마도 같이 예약했기 때문에 10시 전시에 늦지 않게 도착해야 했다. 제일 먼저 티켓팅 하고 아무도 없는 전시장에 첫발을 내딛는 기분이란~~~ 이미 난 거기서부터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었다.


1층과 4층만 촬영이 가능했는데, 1층은 마치 식물이 살아숨쉬는걸 보여주는 듯 생동감 있고 역동적인 미디어아트로 꾸며져 있었다.

1층 외부에도 도심 속 산책로 컨셉(#어반포레스트)으로 정원이 꾸며져 있었는데 너무 고즈넉하고 황홀했다.

천천히 걸으며 이런 정원을 꾸민 이의 마음을 돌아보았다. 전시장 내 설치된 모니터에선 이 정원을 설계한 분의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빛과 바람 비와 관련된 자연은 통제할 수 없어요. 풀 하나하나가 자연변화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해요.
'진짜' 숲의 생명을 못 보여주는 정원이 많아요. 사람들에게 '진짜' 원시의 생명들을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으로 디자인 했습니다.

-  정원가 김봉찬 신준호 -


내가 들은걸 기억해서 적은것이기에 조금 말이 다를 수도 있지만 자신만의 철학이 확실한 분의 영상이라 보고만 있어도 왠지 힘이 났다.

2층에는 국내외 내로라하는 작가이자 정원사였던 이들의 에피소드와 그들의 정원 사진으로 꾸며져있었다. 헤르만 헤세의 정원 가꾸기 사랑이야, 내가 그의 열렬한 추종자이므로 익히 알고 있는 바였지만 에밀리 디킨슨과 박완서의 정원과 흙, 식물사랑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라 놀라웠다. 읽고 싶은 책이 더 늘었다.


국내 조경의 선구자로 꼽히는 정영선 소장의 철학과 그 작업을 보여주는 전시코너도 인상 깊었다. 선유도 공원을 비롯 아모레퍼시픽 사옥 가든 등 국내의 유수 정원은 다 이 분이 꾸미신 거라니 절로 존경심이 샘솟았다.


정원은 아름다움만 찾는곳이 아니라 사람들의 지친 마음,  상처를 치유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정영선 소장 -


4층의 옥상가든도 그녀가 설계한거라 하니 나도 모르게 내 진로에 대한 새로운 방향성(가드너?)까지 모색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시네마 관람 전, 새로 생긴(작년 명상 전시 때는 못 봤던) 지하1층의 편집숍을 들러  레트로한 감성과 아이템들을 보며 감성 충전 제대로 했다.

전시티켓을 보여주면 HIPNOK브랜드의 탈취제도 선물로 준다. 작년에 봤던 명상 전시가 어지간히 인상 깊었던 나는 명상 책과 이번 전시의 전반전인 분위기를 담당했던 작가이자 정원사 카렐 차페크의 책 #정원가의열두달 을 구매했다.

11시반에 시작하는 시네마는 별관에서 관람했다. 사람들이 많지 않은 오전이라 관람장소에도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해서 기분이 정말 좋았다.

영화 <다섯 계절: 피트 아우돌프의 정원>은 정말이지 경이로운 자연의 변화를 보여주었다. 중간에 안되겠다 싶어 메모장을 꺼내 필기하며 그의 철학을 내 뇌속에 새겨넣고 싶을만큼 인상깊었다.

그는 그저 예뻐보이는 꽃들만 늘어놓는다고 좋은 정원이 되는게 아니라고 했다. 자연환경이 위협 받는 시대, 더 다양한 식물을 야생의 느낌으로 심어서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저항운동가(New German movement)라고까지 불리우는 그지만 그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뿐이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뿐입니다.
식물들의 배역을 구상하고 그것을 무대 위에 올리는게 제가 하는 일이죠. 그런 다음 식물들이 마음껏 연기를 펼치게 둡니다.

- 피트 아우돌프 -


하아...모든 내용이 좋았다. 상영관 내부도 정원으로 가꾸어져있어서 풀내음이 물씬 나는게 보통 힐링이 아니었다.

지난 식목일부터 #경험수집잡화점 에서 #나만의작은정원가꾸기 모임도 운영하고 있는지라 여러모로 영감을 많이 받은 시간이었다.

내 베란다 텃밭과 작은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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