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02 Nursing bot_01

SF 소설 2069년 어느 날

by 바람친구 구름

1.


어둠이 내리고 한참이 지난 시간이다. 어둠 속에서 이불이 뒤척인다. 매일 밤마다 뒤척거리기만 할 뿐 깊은 잠에 들지 못하는 모양이다. 어둠 속에서 휴대폰의 불빛이 잠시 깜박인다. 중요한 일이 아니면 아무런 반응도 없는 휴대폰이 잠시 깜박이는 것을 보면 중요한 연락이 온건가 보다.


아무런 반응이 없는 듯 보였던 준이 뒤척이지도 않고 가만히 누워있는다. 어둠 속에서 무거운 돌덩어리가 올라가 있는 듯 가만히 꼼짝도 하지 않고 누워있는다.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차려입기 시작한다. 어둠 속에서 그의 눈이 얼음처럼 차갑게 바닥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다.


준이 어머니 댁에 도착했을 때에는 몇 명의 사람들이 차분히 움직이고 있다. 아직 해가 뜨지도 않은 이른 시간에 이렇게 빨리 사람들이 와 있다는 것이 신기한 듯 준은 사람들을 한 번 쳐다보고 어머니의 방안을 들어갔다.


방안에 사람이 준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드님 이십니까?”

“네.”


준은 짧게 대답하고, 낯선 사람 옆으로 누워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가만히 쳐다본다. 마치 잠을 자고 있는 듯이 보인다.


“방금 돌아가셨습니다. 간호 봇(Nursing bot : 혼자 사는 노인을 위해 정부에서 간호를 목적으로 지원하는 애완로봇 겸 간호로봇)에게서 신호가 와 바로 달려왔는데.”


그가 말끝을 흐리고 고개를 어머니에게로 돌렸다. 준은 가만히 누워있는 어머니처럼 그렇게 가만히 서 있는다.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고 그의 눈만 깜박거리고 있다. 어머니 옆에 있던 사람이 조용히 밖으로 나가고 준은 누워있는 어머니와 방안에 단 둘이 남아 있다. 한참을 그렇게 바닥에 발이 붙어있는 것처럼 서 있는다.


방 한 구석에는 간호 봇이 흐린 불빛을 내며 누워있는 어머니 쪽으로 몸을 향하고 있다. 다시 움직일지 모르는 환자의 심장 소리, 호흡하는 것을 확인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 움직이지 않을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하루 뒤


준이 천장을 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의 시선이 한 곳에만 머물러 있다. 담배를 끄고 바로 다시 다른 담배에 불을 붙었다. 그리고는 바닥을 한참을 바라보며 꼼짝도 않고 앉아 있는다. 조용한 집안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정부에서 어머니의 장례 절차를 진행한다는 문자가 왔다. 준은 일부러 간호 봇이 있는 반대쪽으로 시선을 두고 있다.


한참을 움직이지 않던 준이 몸을 일으켰다. 먹은 것이 없어서 그런지 현기증이 생기려고 할 때 간호 봇이 폽 FOP (Food for Patients : 환자를 위해 정부에서 제공하는 음식)을 탁자 위에 놓고 준이 먹기를 기다리고 있다. 천천히 냉장고 쪽으로 몸을 돌리려는데 간호 봇의 발에 준의 발이 걸려서 넘어졌다. 준의 발에서 붉은 피가 흐르고 있다.


간호 봇의 연락을 받은 LD(Local Doctor)가 준의 발에 붕대를 감으며 말했다.

“큰 부상은 아니고요. 그래도 붕대를 풀려면 며칠은 걸릴 거고요. 나머지는 간호 봇이 도와줄 겁니다.”


그렇게 다시 준과 간호 봇만이 남았다. 준이 절뚝거리며 냉장고로 물을 가지러 가는데 간호 봇도 절뚝거리며 그를 따라 걷는다. 준이 자리에 앉자 간호 봇도 따라 앉는다. 간호 봇을 쳐다보지 않던 준이 절뚝거리던 간호 봇에 싸늘한 시선을 보낸다. 그리고 전화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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