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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eeze May 15. 2023

뿌리와 삶의 의지

조각공간퍼즐2-조인혁 작가

 '생명의 힘'을 떠올리고자 할 때, 우리의 공통분모로 있는 이미지 중 하나는 아무래도 식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웅장함을 자아내는 거대한 나무기둥과 울창한 푸른 잎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대자연의 거대한 생명력을 느끼곤 한다. 또한, 극한의 환경 속에 홀로 놓인 채 무던히 삶을 이어나가는 선인장에서도 생명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식물에서 이러한 '생명의 힘'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기관은 뿌리다. 뿌리에는 살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와 집착이 보인다. 그러한 뿌리의 모습은 결코 외형적으로 아름답지 못하다. 오히려 악착같은 형태이고 질서와는 상반되는 혼돈과도 같은 형태를 띤다. 하지만, 아무도 그 삶에 대한 의지를 비웃을 수 없으며 추하다 여길 수 없을 것이다. 살고자 하는 의지는 그 자체로 아름답다. 그 형태가 아닌 삶에 대한 의지로 아름답다.


 뿌리를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건, 어쩌면 그것과 우리의 삶이 근원적으로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겉으로 슬쩍 보기에도 아름다운 꽃과 열매에 대응되는 질서와 이상보다는, 이를 떠받치는 뿌리와 같은 삶의 의지와 그 원초적 집착이 식물과 동물을 막론하여 공유할 수 있는 생명체의 원류이지 않을까. 그 원류를 공유하고 있기에, 생명의 박동을 공유하고 있기에 삶에 대한 몸부림을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이 아닐까.


 그러므로 우리는 어떠한 꽃을 피우게 되든, 어떠한 열매를 맺게 되든지 간에 삶에 대한 약동만으로 아름답다. 그 무질서한 꿈틀거림만으로 충분히 아름답다. 그 움직임만으로도 아름답다. 이윽고 그 에너지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다른 생명의 약동을 틔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아름다울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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