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이 떠드는 머릿속을 잠재우기 위해 오히려 더 끊임없는 소리로 채워 넣는 모습이 어떻게 비칠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소란스러운 마음을 더 어수선하게 뒤적이다 보면 순식간에 어질러진 공기가 빈틈없이 꽉 공간을 메웠고, 그렇게 정지된 공간 속에서 여전히 남겨진 상처를 찾았다. 막혀버린 빈 곳이 더 절절히 상처를 느낄 수 있는 기점이었다. 시린 마음을 안고 살다가 또 말없이 떠오르는 무엇들이 남겨질 때면 잠시만 멈춘 채로 생각에 잠겼다.
의미 없는 경험은 없을 거라 말했지만 사실 아직까지 그 의미를 못 찾은 것들이 더 많았다. 어쩌면 눈앞에 놓였었으나 놓쳐버린 것들도 허다했을 것이다.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하며 아슬아슬하게 버티던 초조한 시간들이 어느샌가 기억의 저편에 잠겨서 기다림의 시간으로 변해갈 때, 말없이 들어온 장면들이 스치듯 깨달음을 남기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아주 긴 터널과도 같았다. 저기 저 멀리 찍힌 조그마한 점을 따라 무작정 앞만 보고 나아갔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주어졌는지도 모르겠다. 두려움에 안긴 채로 천천히 걸어가다가 떨리는 호흡이 조금씩 사그라들 때에, 사방으로 울리는 고요함에 그대로 나를 내맡겼다. 강렬하던 점이 조금씩 경계선을 넘어 원을 그려내자 마침내 환한 빛이 들이치는 소리가 가득 이어졌다.
매번 보이지 않는 길에 들어서고는 했다. 가끔은 꽤나 멋진 길이라고 생각한 길이 그렇지 않은 길이었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미련이 남고 후회가 길더라도, 그 속에서 부딪히고 헤매더라도, 어디에서 끝을 낼지는 내가 정할 수 있는 것이길 바랐다. 길고 긴 터널을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 것들은 아득했던 만큼이나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신중했던 시간의 깊이만큼 짙어져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