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다가올 때면 그 속에는 겨울의 향기가 함께 담겨 있었다. 계절의 끝자락이 더 이상의 아쉬움이 아닌 그 이상의 찬란함을 품고 오길 기다렸다. 살짝 건드리고 지나가는 그 쌀쌀함을, 손끝을 타고 오는 그 차가움을 편하게 맞이했다.
묵묵히 걷다가, 살며시 올려다본 하늘이 청명하게 반짝이며 걷어질 때, 그렇게 떠올리게 된 겨울의 어느 날이었다. 좁고 좁은 골목 사이로 뚜렷하게 빛나는 불빛을 따라 이어진 길을 걸어갔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 만나게 되었는지 모를 뾰족한 모퉁이를 돌자 큰 길이 나왔다. 그러나 넓어진 세상이 가득 뿜어내는 말들이 반가움보다는 숨 막히게 조여왔다. 골목을 벗어나면 새로운 길목을 맞이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떠한 시기를 만나기란 간단하지 않았다. 다시 또 나만의 통로를 찾아 떠났다. 더 깊고 더 어두운 골목에 접어들 무렵, 아무것도 들어서지 않는 그 사이로 펑펑 내리는 함박눈이 반가웠다. 후- 내쉬는 입김이 눈을 녹이고, 오므린 양손에 금세 모이는 눈은 따스함에 녹아내렸다.
어두운 하늘을 가득 메운 것이 별이 아닌 눈인 밤이었다.
금방이라도 두 발을 덮을 듯이 쉬지 않고 쌓여갔다.
그대로 길을 나섰다.
밤이 밝은 날이었다.
펑펑 내리는 눈이 가득 쌓여 온 세상이 하얘질 때까지 기다리는 거야.
나의 발자국이 땅 위에 박힐 때.
또 그 위로 쌓인 눈에 나의 발자국이 사라질 때.
그렇게 한 걸음이 완성되는 거야.
그래,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면 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