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문제에 붙잡혀 있곤 했다.

by 십일아


차라리 무딘 마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무뎌지고 무뎌지다 닳아 없어지길 바랄 때도 있었다. 무뎌진다는 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그저 지나가는 일, 당연히 일어나는 일, 순리대로 살아지는 일. 문득문득 찌르는 삶이 아닌 드문드문 잊혀가는 삶, 점점 가라앉는 삶이 아닌 차차 떠오르는 삶.


설렘이 무감각해진다면 그렇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게 굳어버린다면, 무뎌진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슬프다는 것을 알아야 웃음 나는 일도 아는 것이고, 고통을 알아야 기쁨도 알 수 있는 것이고, 외로움을 알아야 아낀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는 것 일 테지. 그러나 남겨진 것이 나를 온통 힘들게 하는 것들뿐이라면, 절대 무뎌질 수 없게 할퀴는 것들뿐이라면, 도통 해소되지 않는 것들은 결국 나의 문제였구나.




내가 자른 마음이었다. 그러니 잘려나간 조각이 공간 가득 새겨져서 지워지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곳곳에 눌린 마음들은 잘린 만큼의 고통만이 새겨져야 했지만 딱 그만큼만, 딱 그 정도의 아픔만이 전해질 수는 없었다.

아물다가도 들춰내고 들춰내서, 아물 수 없는 과정 속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


무뎌진다는 것보다도 더 무뎌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 보았다.

곳곳에 남은 자국들이 여전히 아프지만 이제는 바라볼 수 있는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딱 그만큼만, 딱 그 정도의 흔적으로만 남아 있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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