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에 선 감정, 사실 종이 한 장에 불과한 차이.

by 십일아


계절이 바뀜에 따라 많은 것들 또한 바뀌었지만 나는 제자리였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는 듯 굳어버린 몸을 이끌며 이어나간 걸음은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그대로 곤두박질쳤다. 그대로 기울인 마음을 끌어안았다. 서늘한 바닥에 기대어 나누어지지 않는 말들을 뱉어냈다. 어차피 양 팔 가득 담길 말들인 것을, 어차피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올 말들인 것을. 알면서도 쉬이 그만두지 못했다.

선택의 기로에 놓였으나, 선택하지 못한 채로 정해질 방향을 기다렸다. 예측은 말 그대로 예측일 뿐. 떨어지는 낙엽이 어디로 날아갈지 모르는 것처럼 상황은 언제나 예상치 못하게 흘러갔고, 그 예상치 못함 속에 담긴 극명하게 갈린 방향들은 언제나 나를 주눅 들게 만들었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에 고개를 숙였지만 날카로운 바람이 들이치지 못할 곳이란 없었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들어 올린 손이었다. 그러나 코 끝에 매캐하게 들이치는 바람을 막기 위해 들어 올린 손은 어째서인지 땅을 짚고 있었다. 손끝에 맞닿은 바닥을 힘껏 밀며, 자연스레 몸을 일으키고는 온몸 가득 묻어있는 먼지들을 털어냈다. 그러고는 매캐한 바람이 불지 않는 반대편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

손끝은 매캐한 공기를 막아내지 않았다. 땅을 짚고, 몸을 일으켰으며, 먼지들을 털어내고는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역시나 예측은 말 그대로 예측일 뿐이었다. 나의 행동조차도 나는 예상할 수 없었고, 그것이 나를 더 두렵게 할 때도 많았지만 그것이 나를 새로운 곳으로 이끌어 가는 것임에 틀림이 없을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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