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치 않은 마음이라도 낭비하지 말기를.

by 십일아


오직 혼자만이 버텨내야 할 순간이 있다. 그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그에 따라 강렬하게 적힌 모든 감정들을 견뎌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다. 늘 곁에 있는 것들은 언제나 빼곡히 쌓여있었고, 견고해져만 갔다. 느껴지면 느껴지는 대로 매번 들여다보면서도 한편으로는 언젠가는 지나가겠지, 하는 바람이 들고는 했다. 그러나 그렇게 아물지 않은 마음으로 일상을 보내다 보면 그 모든 시간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기에, 그 어떤 위로도 남겨주지 못했다.

원래 없었던 일이 되었어야 했나 보다. 그만큼 깨끗하고 말끔한 시간들만 존재했어야 했나 보다. 언젠가는 지나가는 바람이란 보이지 않는 것만큼 시렸고, 자칫 흐트러지기 쉬운 만큼 아렸다. 그러니 견뎌내기 전으로, 견뎌내는 것 따위가 원래 없었던 것처럼 속여야 했다. 쑤셔오는 마음에 머리가 아파와도, 터질듯한 공간에 숨을 간신히 내쉬어도, 매일 잠 못 이루는 날에 괴로워해도, 철저하게 들여다보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그렇게 점차 나아지는가 싶다가도 아무렇지 않게 차오르는 눈물에 마음이 잠길 때면 괜찮지 않음을 속일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


아물지 않은 마음을 도대체 어떻게 그전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처음부터 잘못되었다. 상처가 생긴 순간을 외면한다고 해서 상처가 낫는 순간이 뭉개져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니 말이다. 그 시간들을 뛰어넘어가기 위해 내가 무시하고 있었던 것은 나의 노력이었고, 나의 지난날이었다.

슥 베인 상처를 아프다고 계속 들락거리며 들여다보기만 한다고 낫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무시하며 막대하다가는 더 덧날 뿐이다.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이고, 여기저기 닿지 않게 잘 보호해서 상처의 자리를 잘 씻어내도, 그 자리에 상처가 머물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지만 옅게 남은 흉터를 보고서는 '그래, 그랬었지.'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그 순간에 맘껏 슬퍼하고, 다독이며, 기다리는 것이 전부였다.

완전히 사라지는 상처는 없었다. 상처가 생긴 순간도, 조금씩 아물어가는 순간도, 그렇게 남겨진 흉터도 언제나 느껴졌으니 말이다. 그러니 그 어느 것 하나도 놓아주어선 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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