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로 되었다.

by 십일아


너의 언어가 나의 언어가 되고, 너의 몸짓이 나의 몸짓이 된다. 다가간다는 건, 모든 걸 나눠가질 순 없지만 조심스럽게 건넨 다정함으로 네 옆에 앉아 묵묵히 함께 숨 쉰다는 것.


너와 나의 거리는 셀 수 없을 만큼 멀리 떨어져 있지만 나는 너를 느낄 수 있고 안을 수 있다. 연결되어 있다는 건, 외로움을 모조리 닦아 낼 순 없지만 그 외로움에 닿아 함께 녹아간다는 것.


어떠한 날에 어떠한 내가 어떠한 너를 만나게 될지.

그때의 나는 그때의 너는 어떠한 표정을 짓고 있을지.


그 상상이 너를 웃게 하기를.

그 상상이 너를 벅차게 하기를.

그 상상이 매일을 버티게 하기를.


혹여 만날 수 없을지라도. 날 알지 못하는 너의 세상에 갈 수 없을지라도.

너를 그리는 나의 마음이 너의 꿈에 떠올라 널 잠재운다면, 그렇게 네게 드리워진 그늘이 거둬진다면.


난 그걸로 되었다.

이전 24화'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