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줘야 할 때, 놓아줘야 할 때.

by 십일아


미친 듯이 몰두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돌아서버리는 마음이 우스웠다. 그 찰나의 허무함이 너무나 힘들었다. 그래서 내가 내린 선택은 그 어떠한 것에도 마음을 주지 않는 것이었다. 아주 깊게, 한참을 헤어 나오지 못하도록 몰입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것이 아닌.

찰나의 허무함이 싫어 오랜 즐거움을 포기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하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 찰나라는 것은 이어지고 이어져 결국은 끈질긴 허무함으로 남을 뿐이니까.


상처받지 않았다. 외로움에 굳어질지라도.

기대하지 않았다. 설렘 없는 하루를 살지라도.

괴롭지 않았다. 허탈함에 울지라도.


꽤 나쁘지 않은 선택을 한 듯이 보였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무너지고 있다는 것.

조금씩 바스러지는 마음을 마주하고 있다는 것.

꾹 다문 입술 사이로 머금은 말들이 흐르고 있다는 것.


누가 떠나가는 찰나를 붙잡았나, 그토록 끈질기게 만든 것은 어디 있나.

정성 들여 땋아 곁에 고이 둔 마음들이 흩어져 버렸구나.

고운 찰나들에 지나간 말들을 엮어냈으니, 하나씩 어긋나버릴 수밖에 없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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