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빈자리를 느끼려고 하지는 않았어

27.

by 십일아


널 지나치려 했던 순간들에 후회하고 널 미워했던 순간들이 떠올라도

너의 시간 속에는 그토록 슬프게 나만이 가득했음을 알아차려도

​텅 비어버린 공간에 긴 침묵이 메워져도

한군데 한군데 애처롭게 깔리는 정적이 한가득 에워싸도

'기다릴게‘

이 한마디가 온통 나를 둘러싸서 희미하던 배경들을 기어코 또렷하게 만들었다

뜨거웠던 어느 날에 머물러있는 너와의 추억들이 점점 잊혀갈까

아주 추운 겨울밤이 되면 남겨진 모든 기억들이 얼어붙은 채로 이별할까

내가 잃은 너는 지금의 나를 잊었을까

이미 그날들과 통째로 작별했을까

너에게 가고 싶다

너를 만나서 미처 하지 못한 말과 나누지 못한 시간을 들려주고 싶다

잠시만 안녕을 고하는 태양의 인사 속에서 네가 나의 태양이었음을 고백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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