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비가 오는 날은 달갑지 않았다
비는 언제나 마음에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 깊이 생각에 잠겨갔다
한 아름 가득 껴안고 있던 것들을 다 쏟아내고 싶어 하는 나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건가 싶었다
그러나 쏟아지고 난 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비와는 다르게 나의 마음은 그럴 수 없었다
언제 잠잠해질까
뾰족하게 박히는 비의 끝을 하염없이 쳐다보다가
그렇게 쏟아지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말끔히 메말라버리는 비를 되새겼다
하늘이 담고 있는 색은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영롱했지만
그러다 가끔 그 찬란함을 숨기고 내뿜는 한숨은 세상이 흐려질 정도의 그늘을 만들었으니
뭘 그리 한가득 어둑어둑 담고 오는 건지
언제 차갑고 날카롭게 쏟아낼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