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 한 장 넘겨봐도 끝도 없이 스며든 검은 밤

29.

by 십일아


혹여 뜨거운 불에 훅하고 타오르면

그대로 재만 남지 않기를 바라며

혹여 쏟아지는 비에 완전히 젖어들면

그대로 들어 올린 말들이 찢기지 않기를 바라며

한 글자 한 글자

검은 그림자를 담았다

불완전한 모습으로 확실하지 않은 믿음으로

아직 채우지 못한 진심으로 여전히 부족한 마음으로

그 사이로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듯 검은 빛깔이 들이쳤다

채 닿지 못한 손끝과 채 아물지 못한 상처들을 덮으며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곳이 어디였는지 거기는 대체 어떠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같은 시간을 나누고 있었다

걷고 걷다 보면 또 그 자리로, 찍힌 발자국을 피해 다시 또 걸으면 어느덧 또 같은 발자국 위로

검은 그림자가 검은 빛깔에 먹혔다

아니 어쩌면 검은 그림자가 검은 빛깔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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