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를 받아줄 수 있다면

3.

by 십일아


나아가기보다 물러서는 것이 후련했다

무엇인가를 감당하기란 떨쳐내기란 쉽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멈춰버린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은 엄청난 고독이 필요했다

후회할 테지만 그것은 나중에 내게 맡겼으니

한동안은 아무 일 아니었다

역시나 겁에 질려 도망가는 모습이 한심했지만

이런 나약한 것이 나였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어야겠다

멋들어진 고독이 아닌 눈앞에 있는 외로움을 씹어야겠다

​피하다가 찔리면 잠깐 쉬는 거라며 거짓말로 속이면 되니까

창피함에 숨고 싶으면 웃긴 일이라며 떠들고 다니면 되니까

그렇게 후련하다며 억지로 감정을 숨긴다

못난 나를 더 못나게 만들고 있는 못난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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