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그냥 미안해할 거라고 지레 짐작했을 뿐이다
그렇게 생각해야만 마음이 편해서
그럴 거라고 분명 그 표정엔 미안함이 보였던 것 같다고 믿으려고 노력해 왔다
그러다 그 노력에 지쳐버렸고
그 노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고
그 노력에 속고 있었단 사실에 한참을 울었을 뿐이다
아직도 그날이 생생하게 떠오르고
상처를 상처로 남기지 않으려던 미련함이 그대로 남아있다
여전히 그날에 울고 그날에 살다가
그대로 억지로 묻은 채로 또 살다가
그날을 꺼내어 하루를 망친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그렇게 집착했던 ‘미안하다는 마음’이 사실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는 걸
지키지 못했던 마음과 인정할 수 없었던 마음과 털어낼 수 없던 마음이 지금에야 ‘나’로 보이고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