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것이 차가울 수도 있구나

24.

by 십일아


할 말이 없다는 게 우리가 끝났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더 이상 궁금한 것도 얘기해 주고 싶은 것도 없었다

끝이 났다는 건 참 쉽게 알 수 있었다

이미 와 있었고 이미 갈 준비를 마쳤다

언젠가 올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갑자기 와서 이렇게 빨리 떠나갈 줄은 몰랐다

마치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던 듯이 나를 지나쳤다

어찌할 수 없는 일에 부단히도 애쓰고 있었던 나를 미련 없이 떠나갔다

그래도 궁금하다며 서로를 찾고, 그래도 얘기하고 싶다며 서로를 보고, 여전히 주고받을 것이 넘친다며 서로를 잡았다면 어땠을까

반짝거리는 눈망울이 젖지 않았을 테고..

환한 미소가 메마르지 않았을 테고..

서로가 가진 빛을 잃지 않았을 테고..

이미 늦어버린 것에 늦어버렸다는 말을 더한다고 마음이 편해질리 없었다

그저 다시 또 한 번 늦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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