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함을 기다려, 따뜻한 사람이고 싶어서

25.

by 십일아


한꺼번에 확 넘겨버릴 수만 있다면

망설임 없이 그러할 것이라고

새롭게 이어지는 건 없으니

끝내야만 갈 수 있는 곳이라고

묻어온 흙먼지 위로 계속해서 쌓이는 또 다른 흙과 먼지가 무거운 기억이 되어 후회가 될 줄은 몰랐다

다시 또 묻어두고 길을 가다가

저 멀리 보이는 또 다른 언덕을 넘으면

뿌옇게 쏟아지는 비에 한참을 쏘이다가

익숙한 듯 오르는 밤의 끝을 만나면

불쑥 찾아와 쓸어버린 바람이 다시 한번 오기를 바랄 뿐, 점점 기울어지는 언덕을 숨 가쁘게 오른다

넘고 넘다 보면 평평한 땅을 걷겠구나 기대했지만

새로운 곳엔 새로운 것들이 가득했지만

그곳에선 끝을 찾지 말자며 다짐했지만

마지막을 꿈꾸듯이 매일을 보내줬지만

묻어둔 흙먼지들이 다 돌아갔나 하고 뒤돌아서 보면 여전한 나의 여전한 날이었다

무겁게 내려앉아 붙잡는 미련이 되었다

무섭게 밀려오는 파도에 서서히 망가지기를 기다릴 뿐

미끄러지듯 쓸려버린 마음 한 편이 상처가 될 때

따갑게 떠오르는 낯선 해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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