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마음을 빼앗긴 건 그대로 마음만 빼앗긴 채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는다
더 다가가고 싶은 바람대로 더 잘해내고 싶은 욕심대로, 그대로 마음을 주어도 그대로 내게 다가와 움츠러든 빈틈을 파고든다
더 견고해진 마음으로 맞춰질 거라 생각했던 기대와 희망은 가볍게 떨어지며 묵직하게 일렁인다
이곳까지 왔는데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아무렇지 않다고 기어이 그렇다고 믿으려 한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며 불끈 쥐었던 주먹을 푼다
그 어떤 일도 하나같이 맞지 않음에 돌아본다
아, 아무것도 받지 않겠다고 돌아선 건 나였을지도 모르겠다
마음과 반대로 흘러가는 시간은 사실 내가 따라가지 않으려 억지로 돌아선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