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이 더 소중하고 더 지우고 싶은지 나누던 중에

30.

by 십일아


먹먹한 마음도 흐려지는 초점도

언제부턴가 조금씩 잃어버리고 있는 날들도 괜찮았다

삶이라는 것이 채워간다고 해서 만족스러운 것이 아니고

또 주기적으로 비워낸다고 해서 만족스러운 것도 아니라면

결국 그 미묘함 속에 감춰진 것들을 다 헤아리지 않고서야

그 어떤 것도 제대로 마주할 수 없었다

외로움은 이미 내게 주어졌고 난 깊이 파묻혀버렸다

사실 외로움보다는 고독이길 바랐다

쓸쓸하게 잠긴 내 세상을 홀로 가만히 품어줄 수 있길 바랐다

그냥 그런 거라며 가볍게 생각하고 그렇게 즐기며

또 가끔은 호탕하게 웃으며 별거 없는 세상이라며

작은 내 마음에 소중한 불꽃을 마주하고 싶었다

외롭지 않다고 했다. 네가 가진 외로움과 내가 가진 외로움은 다른 거라고 선을 그었다.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고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힘이 내겐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거짓말을 했다. 그렇게라도 괜찮아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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