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어떤 것을 넘어선다는 건 마음이 무거운 일이었다
높든 낮든
거칠든 부드럽든
가파르든 완만하든
어렵고 쉽고의 문제라기보다는 나아가야 한다는 압박감과 나아져야 한다는 강박과 같았다
그 무거움이 매번 나를 잡고 눌렀다
그러면 난 그 무거움을 내게 싣고 더 무거워진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같은 하늘과 같은 길
같은 풍경과 같은 밤
같은 바람과 같은 비
조용한 바다를 맘껏 휘젓는 기억과 다시금 잠잠해지려 걷어지는 새벽 공기
달라진 건 없었다
세상은 주어진 그대로였다
나 역시 그대로였을 것이다
무언가를 잊은 듯이 가만히 멈춰버린 건 단지 겁이 났기 때문이었다
갈수록 나아져야 하는데 만일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는 거라면, 그렇다면 어떡해야 하나
난 무얼 더 해야만 할까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긴 할까
점점 더 깊은 무거움에 가라앉았다
그러나 떨쳐내고 싶지 않았다
어째서인지 더 무서운 무거움을 잡으려 했다
그것만이 내가 도망칠 수 있는 이유가 되어줄 거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