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어쩌면 나는 행복해지는 걸 기를 쓰고 피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은연중에 깨달아버린 거다 행복 뒤엔 불행이 온다는 걸 기쁨 뒤엔 슬픔이 온다는 걸
언제나 함께 오는 것들을 언제나 함께 받아들일 수 있다면 참 좋았겠지만, 나는 항상 좋은 것만 원했고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버렸다
어느 것 하나도 마음에 온전히 품지 못했고 많은 것들이 쌓이고 잊혀, 괴로움이라는 것으로 외로움이라는 것으로 두려움이라는 것으로 채워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운이 없는 나, 선택받지 못한 나, 환영받지 못하는 나, 특별하지 않은 나, 사랑받지 못할 나, 그렇게 단정 지어버린 나
파도처럼 바람처럼 계절처럼, 그렇게 일렁이는 삶 속에 잠시 머물다 가는 존재일 뿐이라는
반복에 억눌리기보단 한 발자국 물러서, 모든 것이 오고 감을 느끼는 존재일 뿐이라는
이 말은 어딘가에 묻혔다 언제든 파내어 읽곤 하지만, 다시 묻히며 힘을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