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hol, island in the sun
바다를 좋아하는 내가 꿈꾸는 삶이 있다. 해변이 보이는 집에 사는 것. 되도록 창문을 열면 바로 앞에 바다가 있으면 좋겠다. 해먹을 달아 바닷소리 자장가 삼으며 늘어지게 낮잠을 자는 일상의 반복은 생각만으로도 행복하다. 여기에 또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햇빛 쨍쨍한 날 바다에 누워 weezer의 island in the sun을 듣는 일이다. 예전에 호주에 잠깐 있을 때 비가 오지 않으면 거의 매일 같이 하던 일이라,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아련하고 그립다.
이번 여름휴가는 그래서 완벽했다. 창문을 열면 바로 앞에 바다가 있었고 누워 쉴 수 있는 해먹이 있었다. 주변에 사람은 없고 바닷소리, 새소리만 가득했다. 물론 이번 휴가의 가장 큰 목적은 다이빙 자격증을 따는 거였지만. 무튼 일주일 간 머물렀던 보홀은 정말 아름다웠다. 세부에서 배를 타고 약 두 시간 정도 가야 닿는 곳.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과 파란 바다, 친절한 사람들의 기억이 남는다.
다이빙을 하던 팡라오.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고강도 훈련 덕분에 자격증은 무리 없이 땄다. 약간 흐린 날이 많았는데 날이 너무 뜨겁지 않아 오히려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파도도 약간 있어 더 긴장하면서 다이빙할 수 있었다.
한 두세 시간 정도 다이빙을 마치고 나면 정말 허기가 진다. 휴가 기간 내내 거의 보홀에서 가장 번화했다고 볼 수 있는 알로나비치에서 저녁을 먹었다. 현지 음식들이 대부분 입맛에 맞았고 한국인 관광객이 많아 메뉴가 한국어로 되어있는 가게들도 있었다. 누구나 무리 없이 음식 주문이 가능하다.
보홀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또 거리에 개들이 수시로 널브러져 있었다는 점. 사람이나 오토바이가 지나가도 꿈쩍도 안 하고 세상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자고 있다. 약간 부러울 지경이었다.
깨끗한 바다색, 초보 다이버의 어설픈 브이까지. 바다 생물들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다이빙 4일 차에 갔던 발리카삭 섬. 거북이로 유명한 곳인데 다섯 마리나 봤다!
7일간의 휴가 중 마지막 이틀은 사람 없는 리조트를 택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정말 쉬고만 싶었다. 누워서 책 보고, 수영하다가 자고, 배고프면 먹고... 그런 한가로운 나날.
잊지 못할 바다, 햇빛, 해먹. 보통 여행 다녀온 후에 그 나라나 도시에 다시 가고 싶은 적은 있어도 숙소에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이 별로 없는데 이 리조트는 정말 꼭 한번 다시 오려고 한다. 그만큼 나한테 좋은 휴식이 되었던 곳. 가족과 함께면 제일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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