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무비패스 #8. <아이 캔 스피크>
언젠가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무릎을 탁 쳤던 기억이 난다. 많은 사람에 둘러싸여 있지만 정작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만한 사람이 없을 때. 마음을 터놓기가 두렵고 걱정되는 상태. 그 감정은 아마 믿었던 사람에게 외면당한 기억에서부터 출발했을 것이다. 폭풍우가 치는 날에 우산이 없어도 같이 손 꼭 잡고 견뎌준다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어쩌면 합리화일지도 모른다. 그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 그냥 본인이 두렵고 무서운 거면서 자꾸 다른 핑계를 댄다. 사회가, 사람들이, 시선이 그렇다고. 그렇게 믿었던 사람들이 등을 돌리면 끝도 없는 외로움이 그러다 곧 체념이 뒤따른다. 빛이 밝으면 그림자가 짙듯이, 누구에게나 마음을 여는 것 같아도 정작 아무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했던 옥분. 그러게 내 새끼 욕봤다, 힘들었지, 그렇게 한 마디만 해주지 엄마. 머리칼이 하얗게 센 할머니가 되었어도 옥분이는 아직 그때 그 어린 소녀인데. 스크린 안으로 들어가 꼭 껴안고 같이 울어주고 싶었다. 배우 나문희는 '이 나이에 주인공을 할 수 있다는 게 큰 의미'라고 밝혔다지만, 그녀가 아니었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명연기로 역작을 남겼다.
아이 캔 스피크 (I Can Speak, 2017)
감독 : 김현석
출연 : 나문희, 이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