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혹시 꼰대?

꼰대 자가 진단 테스트

by St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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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올해로 딱 10년 된 친한 친구가 있다. 학생 때부터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우리는 주말이면 서울 이곳저곳을 발에 물집이 잡힐 만큼 쏘다녔다. 그래서 그가 성인이 된 후 한국을 벗어나 더 큰 세계로 배낭 하나를 짊어지고 떠났을 때에도 나와 친구들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몇 년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유로운 히피의 생활을 즐기던 그는 얼마 전 한국에 정착할 마음을 먹고 돌아와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 사회가 너무 숨 막히고 무엇보다 ‘꼰대’들 때문에 일이 너무 힘들다고 그는 내게 말했다.


물론 세계 어디에나 꼰대는 있다. 선민사상, 맨스플레인, 등 다른 이름으로 포장만 되었을 뿐. 나도 어린 동양 여성 (다시 말해 계급 최하층)으로 외국에 나와 살며 숱한 꼰대들을 직면했다. 하지만 유독 한국 꼰대들에 대한 불만이 큰 건 유교 사상과 서열 주의가 합쳐져서인 것 같다. 결국 꼰대란 '권위주의자의 갑질'인 것이다. 내가 남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한다는 면에서 자기애성 성격장애와 겹치는 면도 있어 보인다.


가끔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을 평가하거나 못마땅해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등골이 오싹해진다. 내가 그토록 싫어하고 닮기 싫어하던 '그들'처럼 나도 변해가는 건 아닐까? 지금은 나름 진보적이며 PC 하다고 생각하다는 나 또한 4-50년 후엔 주말마다 광화문 광장 앞에 나가 태극기를 휘두르고 있을 수도 있다니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꼰대일까 아닐까? 헷갈리는 당신을 위해 여기 내가 만든 짧은 진단지가 있다.



누군가 실수를 하는 걸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꼭 짚어줘야 성이 풀린다.

"요즘 애들은"이나 "나 때는" 등의 말을 쓴다.

나이가 들면 응당 그에 맞는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 만났다 하더라도 나이가 어린 사람에겐 반말을 한다)

다 너 잘되라고 충고를 한 건데 내 마음만 편하고 상대는 불편해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조언을 한 건데 상대는 잔소리로 듣는다)

남의 일에 관심이 많다. (그 집에 수저가 몇 개인지까지 알고 있음)

최저 임금을 인상시켜달라는 20대들을 보면 한심하다.

최신 가요를 들으면 요새는 이런 것도 노래라고 만드냐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아무리 맞벌이라도 부인은 아침밥을 차리고 육아를 도맡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틀린 점을 지적받으면 참을 수 없다.

직장내의 몇몇 관습(회사에서의 회식 강요, 막내가 커피 타오는 일 등)이 부당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막상 다른 사람이 그 관습을 깨고 혼자 개인행동을 하면 못마땅하다.

상대방의 외모 지적이나 칭찬을 하는 게 왜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

주변에 싱글이 있다면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만남을 주선해준다.



0개: 축하합니다! 당신은 성숙한 어른입니다

1~5개: 아직 꼰대는 아니지만 방심하긴 금물. 언제든 상급 꼰대가 될 수 있으니 주의 하세요.

6~10개: 주변 사람들은 당신을 불편해하고 있는데 본인만 모르고 있군요.

11~12개: 완벽한 꼰대입니다. 자아 성찰이 필요한 때입니다.



한국이 헬조선이 된 건 분명 수많은 꼰대들도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건 단순히 최저임금이나 취업의 불공평함 뿐이 아니라, 일상에서 매번 겪어야 하는 꼰대들의 ‘충고’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변영주 감독은 "어른이란 '그건 아니지'라는 말을 최대한 유보시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저 해가 지나는 대로 나이만 먹다간 꼰대가 되기 십상이다. 나에게 주어진 나이만큼 그 책임감의 무게 또한 같이 늘어나야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꼰대와 좋은 어른 사이, 나는 그 어디쯤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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