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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준 Aug 11. 2021

골목의 시대는 끝났다

신흥상권, 힙한 상권으로서의 골목의 종말

골목의 전쟁을 쓰고 그걸로 작가로서 자리를 잡게  내가 이런 말을 한다는게  웃기기는 하다만 실제로 내가 작년 하반기부터 강연에서 곧잘 하는 이야기다.   자세하게 쓰자면 '신흥상권으로서의 골목의 시대는 끝났다'라는 말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등장하기 시작한 신흥상권들은 낙후된 주거지역과 노후화된 준공업지대에서 형성되었다. 이런 신흥상권 형성의 가장 큰 요인은 바로 '낮은 임대료'다. 낙후된 주거지역과 노후화된 준공업지대는 지역 특성상 구매력이 낮기 때문에 임대료 또한 낮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능력과 전망있는 소상공인들이 이런 낙후지역으로 몰려들어 그 지역을 개선하고 멋진 지역으로 탈바꿈한다. 노후화되고 낙후된 지역이 높은 상업성을 갖춘 지역으로 바뀌는, 이른바 자생적인 도시재생이 벌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2010년대 초중반부터는 두가지 문제점으로 인해 신흥상권의 트렌드에 큰 변화가 생겼다.


첫째, 신흥상권이 가진 펀더멘탈의 한계다. 신흥상권들은 앞서 언급했다시피 낙후된 지역을 소상공인들이 개척하여 바꾼 곳들이기에 근본적인 펀더멘탈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다. 갑자기 교통이 더 좋아진 것도 아니고 대형 업무지구나 주거단지가 형성된 것도 아니다. 즉, 소상공인들이 유치한 외부 관광객들이 상권의 구매력을 끌어올렸을지는 몰라도 그 상권의 지역 자체가 가진 구매력은 여전히 낮다는 이야기다. 애초에 노후/낙후지역이 임대료가 낮은건 다 그런 이유 때문이다.


어쨌거나 상권의 발달로 인해 임대료가 오르면서 그 임대료가 소상공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버리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이 문제가 본격화되었다. 이것이 2010년대 중반에 한참 논란이 되었던 상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다. 하지만 이에 반해 관광지화 된 신흥상권들은 관광지란 특성 때문에 주된 매출이 금토일에 편중된다. 상권 자체가 가진 펀더멘탈적인 한계에 부딪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어느 정도 자신의 가게명이나 상품을 알린 소상공인이라면 그 지역을 벗어나 상시적인 수요가 존재하는 펀더멘탈이 좋은 상권으로 이전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 된다.


2010년대 초반에 가로수길-신사-압구정 일대가 바닥을 찍고 다시 턴어라운드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지역이 가진 구매력 자체가 높은 편인데다 이를 노린 강북 지역의 소상공인들이 계약이 종료되면서 다수 이전을 한 영향이 컸던 것이다.


이로 인해 빠르면 201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신흥상권들은 애초에 펀더멘탈이 나쁜 곳에 위치하지 않는다. 주변에 괜찮은 업무지구를 끼고 있거나 괜찮은 주거지를 끼고 형성되는 경우가 다수다. 상시적인 수요가 뒷받침 되어야 오래 버틸 수 있다는 걸 경험한 덕분이다.


둘째, 배달의 확대다. 동네의 음식점 배달에서 시작한 배달 서비스는 코로나를 거치면서 이제 그 영역이 확대되어 현재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으로 변모했다. 특히나 신흥상권지의 인기를 주도한 것이 맛집들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말이다.


배민의 통계에 따르면 배달주문의 절반 정도는 반경 1km 이내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반경 3.5km까지 확대된 범위에서 발생한다. 이는 사람이 움직이지 않는 배달에선 상권지의 주변에 무엇이 있냐가 중요하고 신흥상권이 관광상권으로만 기능해선 그 한계가 매우 명확하다는 의미다.


배달까지 고려한다면 그 상권 지역과 그 주변 지역의 펀더멘탈까지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애초에 펀더멘탈이 나쁜 지역은 배달이 확대될수록 더더욱 고려대상에서 멀어진다. 이로 인해 2010년대 중반 이후의 신흥상권은 주거트렌드와 비슷하게 움직이게 되었다. 바로 직주근접이다. 1km이내에 구매력을 갖춘 주거지역이나 업무지역이 위치해 있어야 하고 3km 이내에 양쪽 모두를 노릴 수 있어야 한다.


직주근접이 주거 트렌드가 됨에 따라 새롭게 탄생하는 주거지 인근이나 업무지구 인근에 신흥상권들이 형성되는 트렌드 또한 이러한 경향으로 발생했다고 나는 보고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신흥상권으로서의 골목은 그 시대가 지났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배달이라면 골목보다 도로를 접한 쪽이 좋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지방의 중소도시 기준이라면 크게 변한 것은 없는 상황이긴 하다. 이는 지방의 중소도시는 애초에 대도시의 관광객을 타겟으로 한 관광이 도시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코로나가 오히려 지역 중소도시로의 관광붐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매력 높은 소비자들이 생활하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놓고 보자면 적어도 이제 골목이란 단어가 갖는 의미가 약해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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