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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준 Sep 15. 2021

영세산업 보호와 혁신 사이에 답은 무엇일까?

90년대 유니콘, 편의점 업계의 경쟁과 그 뒷 이야기

한국의 편의점업계와  경쟁을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낙후된 국내 유통산업의 개선을 위해 정부에서 편의점업 도입을 유도했다는 점이죠.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80년대까지 국내 유통업은 수출까지 하는 제조업에 비해 매우 낙후된 상황이었습니다. 속칭 구멍가게란 것이 국내유통의 전부였으니까요.


80년대 후반 기준, 소매유통의 97%가 5인 미만의 종업원으로 운영되었고 81%가 매장면적 10평 이하였습니다. 그야말로 영세함 그 자체였다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영세함이 근간이 되다보니 소매유통은 경영이란 개념도 존재하지 않았고 제대로 된 시설도 없었고 심지어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한 가격표가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도소매 유통산업의 단계적 개발이 확정된 상황에서 이런 낙후된 소매유통업을 혁신시키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편의점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이 편의점이 들어오면서 소매유통에서 콜드체인과 즉석식품이란 개념이 등장하고 도입될 수 있었고요.


국내 최초의 편의점은 82년에 롯데쇼핑에서 오픈한 롯데세븐이었지만 본격적인 도입시기가 너무 빨랐고 타겟팅을 잘못했으며 이 두가지 요소에서 미스를 저지르는 바람에 본인들도 운영에서 우왕좌왕함으로 인해 1년 6개월만에 깔끔하게 망하고 맙니다.


88년에 유통시장의 단계적 개방이 결정되자 동화산업이 세븐일레븐과 계약을 맺고 89년에 잠실 올림픽아파트촌에 1호점을 내면서 본격적인 편의점 시대가 열립니다. 이후로 샤니의 계열사인 태인유통에서 로손을, 한화의 계열사인 한양유통이 서클K, 미원그룹(현 대상그룹)에서 미니스톱을, 보광에서 훼미리마트를 들여왔습니다. 편의점을 직접 차린 곳도 있었습니다. 럭키금성그룹의 희성산업에서 차린 LG25, 동양그룹에서 만든 바이더웨이, 매일유업의 러브M 등 정말 온갖 기업들이 다 편의점 사업에 뛰어든거죠.


이렇게 너도나도 편의점업에 뛰어든 것은 당시 기준으로 편의점업이 잠재력이 매우 큰 성장산업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입니다. 전국에 아파트가 공급되고 중산층이 크게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은 더 쾌적하고 편리하게 소비하고 싶어할 것이란건 명약관화했으니까요.


그래서 모두가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뛰어들었습니다. 실제로 이 적자 때문에 편의점 사업을 접은 기업들이 무척 많습니다. 태인유통이 로손을 접은 것도, 동화산업이 세븐일레븐을 롯데에 판 것도, 한양유통이 서클K를 접은 것도 다 적자 때문이죠.


물론 한양유통의 경우는 한화그룹내에서 유통/식음료를 주도했던 김호연 회장이 김승연 회장과 상속 분쟁으로 빙그레를 들고 독립하면서 흐지부지된게 컸지만요 읍읍... 이 이야기만 하더라도 할 얘기가 많지만 지금 하는 얘기와는 관계가 없으니 패스하겠습니다.


아무튼 당시 편의점 업계 1,2위였던 LG25시와 훼미리마트가 창립 6년이 되어서야 겨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는 점은 과거의 편의점업이 지금의 유통 유니콘들과 별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편의점을 우리의 곁에 완전히 자리잡게 만드는데는 두가지 상품의 초대박이 매우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바로 삼각김밥과 편의점도시락이죠. 삼각김밥은 세븐일레븐이, 편의점도시락은 GS25가 국내에서 제대로 터트렸습니다. 이 덕분에 양 사 모두 편의점 업계 1위를 차지하게 되었고요. 물론 세븐일레븐은 경영 실패로 인해 2년만에 자리를 내주면서 만년 3위로 다시 돌아오긴 했습니다.


이 두가지 상품은 편의점들이 이익낼 생각 없이 만드는 상품입니다. 부가적으로 다른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미끼 상품인거죠. 그리고 이 미끼가 소비자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덕분에 편의점이 동네 곳곳까지 미치게 된 겁니다. 요 얘기는 본영상에 더 자세하게 언급해뒀으니 보시면 될겁니다.


제가 이 편의점편 원고를 쓸 당시에 놀랐던 부분은 바로 처음 언급했던 정부에서 편의점업 도입을 유도했다는 부분입니다.


편의점업의 초기였던 92년에도 대기업이 영세상인 죽인다, 골목상권 침해 와 같은 이야기는 있었습니다. 그 결과 동네 구멍가게들이 다 사라지고 편의점으로 대체된거고요. 구멍가게 주인들은 쓸쓸히 가게를 접고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야 했겠죠. 하지만 그 덕분에 훨씬 더 깔끔하고 편리하고 안전한 시대가 열린 것도 사실입니다. 소비자 후생이냐 약자 보호냐. 굉장히 어려운 선택입니다. 무엇을 더 중요시하여 선택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약자 보호가 중요하긴 합니다만 보호는 그것 외에 다른 결과를 얻기가 매우 힘들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보호를 한다면 그 보호 업종에서 스스로 개선이 발생해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영세한 규모의 특성상 자가개선이 일어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결국 영세업자의 보호 외에 소비자 후생이나 산업의 발전 측면에서 손해가 되는거죠.


구멍가게가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비록 몰락하긴 했지만 그것이 편의점으로 대체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편의를 누리며 산업 발전으로 이어지는 것이 좋은가? 라는 질문을 놓고 봤을때 제 선택은 후자쪽에 가깝습니다. 구멍가게가 지금까지 남아있다고 해도 구멍가게 주인들의 삶이나 소득이 결코 좋지 않았을거라 생각하기 때문에죠.


올라온지는 꽤 되었지만 이제서야 코멘트를 합니다.

https://youtu.be/GdcStOgF6p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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