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준 Feb 05. 2020

아모레퍼시픽은 왜 LG생건에게 추월을 허용했는가?

멀티팩터 속 이야기 1


우리는 어떠한 결과를 목격했을 때, 그것에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곤 합니다.어떠한 결과에는 그에 마땅한 이유가 있어야 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성공과 실패에도 그것에 걸맞는 이유를 붙입니다.


예를 들어 잘되는 기업은 기업이나 경영자가 무엇을 잘했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 생각하고 반대로 잘 안되는 기업은 무언가 잘못했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 생각하는 거죠. 2010년대 후반의 아모레퍼시픽과 LG생건의 엇갈린 행보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코스메틱 산업의 최강자입니다. 그래서 2010년대 초중반에 K-뷰티 붐을 타고 밀려들어온 유커 관광붐의 최대 수혜자도 아모레퍼시픽이었죠. 그러다가 2016년에 사드 배치 논란과 함께 벌어진 반한감정으로 유커들의 방문이 끊기면서 큰 타격을 입습니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은 2017년부터 매출과 영업이익이 말 그대로 박살이 납니다. 이것만 보면 아모레퍼시픽은 사드 논란이라는 불의의 사건으로 인해 타격을 입은 것이라는 '원인과 결과가 확실한 말이 되는 설명'이 나옵니다.


그런데 경쟁사인 LG생건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같이 두고 비교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LG생건은 사드 논란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2017년 이후에도 계속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거든요. 그 결과 LG생건은 작년에 영업이익만 1조 1764억원을 기록합니다. 사드 논란 이후 계속 흔들리던 아모레퍼시픽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더욱 분명해집니다.



사드로 인한 불매 운동이 아모레퍼시픽만을 대상으로 한 것도 아닐 텐데 왜 이럴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결과를 목격했을 때 그에 맞는 결과를 찾고자 애씁니다.그래서 이 경우 LG생건은 무언가를 잘했기 때문이고 아모레퍼시픽은 뭔가를 잘못했기 때문에 서로 엇갈린 결과를 맞은거라고 생각하는거죠.

여기에 붙이기 가장 쉬운 설명은 ‘LG생건은 사드 논란이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사드 논란이라는 위기와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입니다. 어디서 많이 본 표현이죠?


물론 사드로 인한 불매운동 당시에 LG생건이 기민하게 움직여서 대응한 것은 사실입니다. 사드 논란 이후 중국의 K-뷰티 구매 방식은 유커에서 중간상인인 따이공으로 재편되었습니다. LG생건은 그 변화에 발맞추었고 유커를 건너 뛰어 타오바오 등의 유력 판매자와 직거래를 하는 유통망을 뚫기도 하죠.


그런데 아모레퍼시픽은 정반대였습니다.불매 운동이 한참이던 2017년 9월에 설화수와 헤라에 적용하던 1인당 10개라는 구매제한을 5개로 오히려 줄여버립니다. 따이공으로 시장이 재편된 상황에서 시장과 역행하는 노선을 선택한 겁니다.


이것만 보면 불매운동과 따이공이라는 시장 변화에 맞춰 변화한 LG생건의 결정이 매우 훌륭하게 보이고 아모레퍼시픽은 바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두 기업의 실적 차이가 너무나도 극명하게 갈리니까요.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코스메틱 분야의 전통의 1위기업 답게 자체적으로 키워낸 브랜드도 많고 전 부문에 있어서 높은 브랜드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이미 구축해둔 유통망도 매우 탄탄한 기업입니다. 따라서 허가받지 않은 리셀러인 따이공에게 상품을 공급하는 행위는 정식 판매채널에 타격을 주며 그것이 브랜드 가치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따이공들은 독자적인 판매상이기에 본사의 가격과 브랜드 전략의 영향이 닿지 않으니까요.


아모레퍼시픽은 자신의 강력한 브랜드들이 명품 브랜드처럼 인식되기를 원하는 곳입니다. 그렇기에 이들은 따이공을 배제하는 것이 그들이 가진 자원과 환경이란 맥락 하에선 지극히 합리적인 결정이 됩니다. 따이공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에 맞추기엔 그동안 구축한 브랜드와 유통망의 타격을 감당하기 어려우니까요.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반대로 LG생건은 후를 비롯한 럭셔리 브랜드의 경우는 아모레퍼시픽과 동급으로 평가를 받고 있지만 나머지에서는 아모레퍼시픽과 비교해서 열위로 평가받습니다. 즉, LG생건은 변화한 시장에 맞추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기존의 시장에 덜 최적화된 후발주자이기에 변화로 인한 기회비용이 낮아서 변화를 추구하기 쉬웠던 것이죠.


이렇게 놓고 보면 비록 그 결과가 매출과 영업이익의 급락이긴 했어도 아모레퍼시픽의 선택과 전략을 ‘시장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라고 비판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결과가 좋지 않아서 표면적으로 보면 그때의 그 선택이 나쁜 선택처럼 보이는 것일 뿐이죠.


두 기업은 각각 자신들이 가진 자원과 환경, 정보에 따라 나름대로의 선택과 결정을 내린 것 뿐입니다. 그것이 지금의 결과 차이로 인해 잘된쪽은 옳은 선택을 내리고 안된쪽은 잘못된 선택을 내린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고 미래는 모르는 일입니다.


그때 내렸던 선택은 미래의 결과에 다시금 영향을 미칩니다. 과거에 좋은 결과를 불러 일으켰던 선택이 미래에 발목을 잡게 되는 경우는 매우 흔합니다. 그렇기에 두 기업의 입장이 다시금 뒤바뀔 수도 있고 차이가 더 벌어질 수도 있죠.


우리는 결과를 목격하면 그 결과에 걸맞는 이유를 찾고 그 결과를 중심으로 과정을 평가합니다. 이건 본능적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결과에 현혹되어 과정을 판단한 것입니다. 후광효과로 인해 발생한 인지편향인거죠.


결과를 보고나면 무엇이든 당연해 보입니다. 당연히 일어날 일처럼 보이고 당연히 그랬어야 되는 걸로 보이죠.하지만 이러한 접근 방식은 우리가 현재 선택을 내리는데 있어 별다른 인사이트와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우리는 과거의 결과를 볼 수 있을 뿐, 미래의 결과는 알지 못하니까요.


성공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이런 함정에 빠져선 안됩니다.


제 [멀티팩터 :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거짓말]에는 이 외에도 여러 사례와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지금 소개한 이야기가 재미있으시다면 제 책을 구매하셔도 후회하시지 않을겁니다.


-예스24

http://www.yes24.com/Product/Goods/87308810?scode=032&OzSrank=1

-교보문고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91190238106&orderClick=LAG&Kc=

-알라딘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31146793

-인터파크

http://shopping.interpark.com/product/productInfo.do?prdNo=7009283260&dispNo=008001082&pis1=shop&pis2=product&fbclid=IwAR0nM_PVlfunBmoiHhuVn2FTCKw8zRIWqwGGfHo9S7wUIXlU2AiS9Zffcqs



작가의 이전글 [멀티팩터 :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거짓말]을 소개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