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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준 Feb 07. 2020

간절하고 절실하면 정말로 성공할 수 있을까?

멀티팩터 속 이야기 3.


성공에 관한 잘못된 조언들은 세상에 무수히 많습니다.그 중에 대표적인 것을 하나 꼽으라면‘절박해야 성공할 수 있다’라는 것이죠.


이런 조언을 하시는 분들은 ‘배수진’이나 ‘사즉생 생즉사’ 같은 단어를 들어가며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합니다. 절박해야하고 간절해야지만이 성공할 수 있다거나 더 나아가서 스스로 그런 상황에 처할 필요도 있다고 말이죠.


저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이런 분들이 그 말의 맥락과 진짜 의미를 이해하고 이야기하는 건지 궁금해집니다. 배수진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배수진은 중국의 초한전쟁 당시, 조나라를 멸망시킨 정형전투에서 비롯된 고사입니다.


원래 손자병법을 비롯해서 모든 중국의 병법서들은 물을 등지고 진을 치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퇴로가 차단된 상태에서는 잘못하면 전멸하기 쉬우니까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신이 조나라 군대를 상대할 때 배수진을 친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당시 조나라를 정벌하러 가던 한신의 군대는 3만으로 그마저도 주력부대는 초나라와 대치하는 유방이 빼내간 상태였죠. 그런데 상대국인 조나라는 자칭 20만에 매우 험난해서 함락시키기 힘든 정형관에 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한신의 군대는 병력의 질과 양, 정보, 지형, 피로도 등 모든 부분에서 열세였습니다. 이 군대로 정형관을 공략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습니다.


이때 한신은 2천명의 병사는 정형관 인근에 매복하게 하고 1만명을 따로 떼어 강을 등지게 하여 배수진을 치게 하고 남은 군사를 이끌고 정형관으로 갑니다.


정형관에 있는 조나라 군사들이 보기에 과연 어땠을까요? 한줌거리도 안되는 애들이 거지꼴을 하고 공격하겠다고 몰려오니 가소롭게 보였을 겁니다. 손자병법에서는 병력차가 10배 이상이면 포위하라고 이야기합니다. 그 정도면 병력 차이가 최고의 전술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조나라 군대도 관문을 열고 가소로운 한신의 부대를 몰살시키러 나갑니다.


이때 한신은 조나라의 대병력을 정형관에서 끌어내기 위해 후퇴를 합니다. 애초에 포위당하면 한신이 아무리 명장이어도 수습이 안되기에 후퇴하는 것이 맞기도 했고요. 그러자 조나라군도 이런 한신을 잡기 위해 관을 비우고 추격에 나섭니다.


바로 여기서 한신이 배수진을 친 진짜 목적이 드러납니다. 한신이 물을 등지고 진을 친 것은 죽을 각오로 절박하게 싸우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조나라군이 관을 비우고 몰려나왔을 때 인근에 매복시킨2천명의 병사들이 관을 점령하는 동안 시간을 버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병력차이가 클 때 포위당하면 전멸당합니다. 그렇기에 전멸을 막고 버티기 위해선 적과 접하는 면적의 범위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형을 등지거나 옆에 두는 행위가 숫적 열위에 있는 상황에서 방어에 유리한 것이죠.


더군다나 한신의 군사들은 병사의 질적 수준도 좋지 못했기에 만약 퇴로가 뚫려 있는 상황이라면 도망가겠다고 유지하고 있는 진형을 무너뜨려서 와해할 위험 또한 존재합니다. 하지만 강 때문에 퇴로가 애초에 끊긴 상황이라면 도망갈 수 없어서 방어에 전념하게 됩니다.


즉, 한신이 배수진을 친 것은 병력의 양과 질에서 열위에 있는 병사들을 데리고 별동대가 정형관을 함락할 때까지 일정 시간을 버티려면 강을 등지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었기 때문입니다.어차피 조나라 군대는 급히 추격하느라 양식을 제대로 챙겨오지도 못한 상태니 한나절 정도만 버티면 후퇴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한신은 죽을 상황에 처해야 산다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밀어붙이던 그런 무대포적 마인드를 가진 인물이 아닙니다


실제로 퇴로가 끊긴 상태에서 한신의 군대는 아주 용감하게 조나라의 공격을 버텨냈고 더 공격을 지속할 수 없었던 조나라 군대는 관으로 후퇴합니다. 하지만 정형관은 이미 2천명의 부대가 함락한지 오래고 조나라 군대는 혼란에 빠져 도망치다가 한신이 이끄는 부대의 추격을 받아 궤멸합니다.


이 맥락을 안다면 과연 배수진이나 ‘절박해야 살아남는다’와 같은 말을 쉽게 입게 담을 수 있을까요? 배수진은 잠깐의 시간 동안 버티기에는 좋지만 전투 자체가 장기전으로 흘러간다면 퇴로가 막힌 군대는 전멸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이후에 한신의 고사를 따라해 배수진을 치거나 퇴로가 막힌 곳에 진을 친 수많은 군대들 중에서 실패의 케이스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이건 전쟁 얘기니 경영이랑은 다르다고요? 성공한 수많은 기업들 중에서 창업가가 절박했던 경우는 생각보다 많이 없습니다.오히려 안정된 상황에서 자신의 기업을 인큐베이팅해온 케이스가 더 많죠. 실제로 스티브 워즈니악, 피에르 오미디야르, 필 나이트, 헨리 포드 등은 모두 투잡으로 회사를 만들어 키웠습니다.


조지프 라피와 지에 펭은 자신들의 연구에서 창업과 동시에 전업기업가보다 본업을 그만두지 않고 창업한 하이브리드 기업가의 기업이 생존율이 더 높고 더 오랜 기간 존속했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비즈니스 자체가 불확실성과 위험이 높기 때문에 리스크에 민감한 사업가들이 기업 생존과 유지에서 더 두각을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었죠.


기업도 인생도 단기전이 아니라 장기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전은 리스크를 판단하고 그에 걸맞게 자원을 배분하고 확보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절박하고 간절한 상황은 오히려 실패의 가능성이 더욱 높습니다.


잠깐 버티기 위해서라면 스스로 절박해질 필요가 어느 정도는 있겠죠. 하지만 기업도 인생도 장기전이란 전제를 생각해두면 스스로를 절박하게 내모는 배수진은 성공할 가능성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물론 이런 조언을 하는 분들이 여러분들 망하라고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아마도 본인이 그러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그런 조언을 하는 것이겠죠. 하지만 이런 잘못된 조언이야말로 사업을 하는 사람도, 성공을 경험해본 사람 조차도 자신의 성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신이 인지하지 못해도 한신의 2천 기병처럼 무언가 확실한 자원을 가지고 있었다든가 아니면 그냥 운이 좋았던 것입니다.


그런 분들이 운이 좋았건, 혹은 확실한 자원을 확보하고 있었건 우리는 그게 없습니다. 그만한 운이 나에게 따를 것이라는 보장은 결코 없죠. 성공을 추구하기 위해선 오래 살아남는 것이 우선입니다.


제 [멀티팩터]에는 이 외에도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 내용이 재미있으셨다면 구매하셨을 때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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