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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v 페라리 - 싸이코와 성격파탄자의 대결

싸이코와 성격파탄자의 대결

by 김영준


연말 송년모임에서 제 친구가 그러더군요. "이과는 착하고 순박한데 문과들이 꼭 사고를 친다고"요. 틀린 말입니다. 문과는 싸이코고 이과는 성격파탄자들입니다. 여러분의 문과 친구와 이과 친구를 떠올려 보십쇼. 다 그런 놈들입니다. 외우셔도 좋습니다. 문과는 싸이코, 이과는 성격파탄자. 거기 예체능 함부로 이빨 보이지 마세요.


그런 후에 저는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제목이 '포드 v 페라리'라길래 포드와 페라리의 대결을 생각했는데 제목이 낚시더군요. 왜냐면 영화는 문과와 이과의 대결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게 결국 싸이코 문과와 성격파탄자 이과의 대결입니다.


실제로 영화의 스토리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이겁니다. 성격파탄자 엔초에게 모욕 당하고 거액을 날린 포드의 싸이코들이 이 성격파탄자를 조지기 위해 다른 성격파탄자들을 고용해서 싸이코스럽게 갈구는 내용입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입니다. 영화에 나오는 문과놈들은 하나같이 제정신이 아닌 놈들이고 이과놈들은 성격파탄자들입니다. 하나하나 살펴보죠.


레오 비브는 헨리 포드의 친구이자 오른팔이었다고 하죠. 원래 오른팔은 자기 자신이랑 닮은 사람을 쓰는 법입니다.


악역 수준으로 묘사된 부회장 레오 비브가 하는 짓을 보면 싸이코가 따로 없습니다. 이 양반 마케팅 전공입니다. 삐빅 문과입니다. 이 싸이코를 고용한 헨리 포드 2세도 제정신은 아니죠. 왜 회사에 소시오패스들이 많은지를 생각해봅시다. 그건 소시오패스들이 자기 같은 놈들을 고용해서 그렇죠. 게다가 레오 비브는 헨리 포드 2세의 오른팔이자 절친입니다. 딱 자기 같은 놈을 고용했겠죠. 헨리 포드 2세요? 예일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가 중퇴했습니다. 역시나 문과네요.


이과를 봅시다. 켄 마일스랑 캐롤 셸비가 극중에서 보이는 모습을 보십쇼. 아주 지랄맞습니다. 성격파탄자 그 자체죠. 영화 초반에 마일스가 차량 정비소 사장님으로 하는 행동을 보면 레알 성격파탄자입니다. 마일스의 가게가 식당은 아니지만 백종원씨가 서비스 교육 차원에서 방문한다 해도 백종원씨가 마일스에게 쌍욕을 박을지도 모릅니다.


엔조 페라리의 일화를 살펴보면 이거 차 잘만드는 성격파탄자 그 자체입니다


아 물론 마일스와 셸비가 지랄맞긴 해도 공돌이 끝판왕 엔초 페라리에 비할바는 못되죠. 엔초가 영화 중에 헨리 포드 2세에게 날린 패드립도 패드립이지만 그 이전에 이 영감탱이가 이미 람보르기니 창업주에게 '트랙터 모는 새끼는 내 차를 탈 자격도 없음ㅋ'이라고 면전에서다가 모욕을 준 것을 잊지 맙시다. 심지어 이 람보르기니 창업주인 페루지오 람보르기니는 원래 페라리 빠여서 엔초 만나러 갔다가 쌍욕 먹은거죠. 이 정도면 리얼 원조 성격파탄자 아닙니까?


포드와 크라이슬러의 역사에서 아이아코카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지만 이 양반 문이과 혼종입니다


영화상으론 유일하게 리 아이아코카가 정상인처럼 보이지만 속으면 안됩니다. 아이아코카가 나중에 포드에서 짤리는 이유 중의 하나가 포드 핀토의 결함을 알고도 사람 목숨값이 리콜 비용보다 싸단 이유로 그냥 뭉개고 넘어간 일입니다. 공교롭게도 이 사람은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나중에 프린스턴으로 가서 정치학을 전공한 문이과 혼종입니다. 즉, 성격파탄 싸이코죠.


아무튼 등장 인물은 됐고 본격적인 영화 얘길 해보자면 주인공이 무능력 경영자 배트맨이랑 사기꾼인 제이슨 본입니다. 배트맨이 얼마나 무능한지를 보셔야 합니다. 백종원씨가 출동을 해도 구제가 안될 수준입니다. 차에 대해서 겁나 잘아는데 돈을 못벌어요. 이게 다 루시우스 폭스에게 경영을 너무 오래 맡겨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제이슨 본. 이거 완전 사기꾼 아닙니까? 실물 차량 한대로 4명에게 팔아먹는데서 뛰어난 꾼임을 증명합니다. 게다가 자기 절친을 열정 페이로 부려먹고 있었네요? 인성 마저 완벽한 사기꾼 그 자체입니다. 게다가 포드 회장한테 작업 치고 입 터는거 보십쇼. 와... 완전 각 나오지 않습니까? 사기에서 제일 중요한 건 속이는 것이 아닙니다. 속는 호구들이 원하는 것을 보여줌으로 호구인줄 모르게 하는거죠. 왜 배트맨이 열정페이하는 호구가 되었는지 알 것 같더군요. 게다가 영화 내에서 제이슨 본은 사기 뿐만 아니라 감금, 절도도 합니다. 저는 레이싱 영화를 보러 간거였는데 알고보니 이거 범죄 영화였네요.


아무튼 본과 배트맨이 그렇게 지내고 있다가 성격파탄자 엔초 페라리에게 허벌나게 치욕을 당한 포드가 손을 내밉니다. 당시 시절에 트위터가 있었다면 아이아코카가 이런 트윗을 남겼을지도 모르죠.


1960년대에 트위터가 있었더라면...


아무튼 그렇게 해서 싸이코와 성격파탄자의 연합이 이루어집니다. 그 이후로 싸이코들이 갈구고 성격파탄자들이 인성 드러내고 운전하고 싸이코들이 갈구고 성격파탄자들이 인성 드러내고 운전하고. 정말로 영화가 이걸로 끝입니다.


근데 이걸 정말 잘 구성했습니다. 영화가 완급조절을 엄청 잘해서 160분이라는 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극중에서 나오는 경주씬은 매우 긴장감 넘치고 정말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이 영화는 재미있는 이야기는 '각색'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기도 합니다. 영화에서 본 투비 싸이코로 나온 레오 비브가 과연 실제로도 그렇게 개놈자식이었을까요? 실제론 매우 친절하고 능력있는 사람이었다고 하고 마일스도 65년 르망 대회에 비브 때문에 못간게 아니라 출전하고도 기어박스 문제로 리타이어했다죠. 재미를 위해, 극중 긴장감을 위해 실화를 손을 본거죠. 그래서 다들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겁니다.


복수 그 자체인 통제되지 않는 퍼니셔를 길들인 갓료주의 만만세...


아마 이 영화를 보고 관료주의의 문제점에 대해 욕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근데 그게 잘못됐단거죠. 관료주의로 인한 폐단의 정점으로 연출된 포드사는 60-70년대 중반까지 제 2의 전성기를 누립니다. 더군다나 관료주의는 그 거칠고 통제 불가능한 퍼니셔조차도 순한 양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 정도면 정말로 갓료주의 아닙니까??


관료주의와 정 반대로 연출된 장인정신의 페라리는 이미 극중에서 파산한 상태란걸 잊지 맙시다. 사실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슈퍼카 브랜드들은 차는 겁나 잘만들지 몰라도 전부 대중자동차 브랜드들에게 인수되었습니다. 페라리와 마세라티는 현재 피아트 그룹 소유고 람보르기니는 폭스바겐 그룹 소유죠. 슈퍼카 중에서도 대중성을 가진 포르쉐 또한 폭스바겐 그룹이고요. 아 물론 실제로도 엔초 페라리는 개자식이 맞습니다.


간만에 매우 즐겁게 본 영화였습니다. 올해 본 영화 중에서 최고의 영화를 꼽자면 벌새였는데 재미 측면에서 포드 v 페라리를 최고의 영화로 나란히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송년 모임에서 포드 v 페라리가 극장에서 내려가기 전에 보라는 말에 술취해서 예매하고 그 다음날 본 영화입니다. 예매할땐 취해서 뭣도 모르고 '아 거 크리스마스라고 영화티켓 비싸게 파네'라고 생각했었죠. 극장을 가보니 왜 비싼지를 알았습니다. 4dx더라구요.


4dx는 처음으로 경험해본건데 다시는 못보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극장에 가면 항상 맥주 두캔을 마시는데 4dx의 놀라운 진동이 160여분 내내 제 방광을 자극해서 견디기가 힘들었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르망24시를 제가 달린듯한 피로감이 느껴지더군요. 4dx로 보실땐 무조건 방광을 비우시던가 아니면 르망24용 방광으로 단련하시는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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