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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2 - 간달프가 된 엘사의 워터게이트 사건

간달프가 된 엘사의 워터게이트 사건

by 김영준

일단 영화가 시작하고 아렌델이 나왔을때 당황했습니다. 1을 볼때는 안그랬던거 같은데 성 앞의 해안이 무슨 반지원정대에 나올법한 안두인 대하의 풍경이네요??? 아렌델이 19세기 노르웨이를 베이스로 한 줄 알았더니 뉴질랜드였나봅니다. 이때 이게 이 영화의 떡밥이란걸 알아야 했습니다.


모르는 분들을 위해 사진을 첨부하자면 영화 속에 나오는 안두인 대하의 풍경은 대략 이렇습니다


그리고 전작의 주인공들이 다시 등장합니다. 1편으로 고민과 걱정은 다 날린 줄 알았던 엘사는 여전히 가운데땅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똑같네요. 안나도 성격 변한거 없이 똑같습니다. 유일하게 변한 인물이 크리스토프입니다.


이번 겨울왕국에선 크리스토프 얘길 안할 수가 없습니다. 작중 내내 크리스토프는 욕정에 눈이 멀어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도 재난 극복과 해결이 아니라 딴짓을 하고 있죠. 아주 노답인 놈입니다. 시대 착오적인 놈이라 그런지 부르는 노래도 무슨 80-90년대 팝송 같은걸 부릅니다. 욕정남으로 불러도 할 말이 없습니다.


아 물론 이해는 가죠. 19세기면 아직 귀천상혼을 철저히 배제하던 시기였습니다. 심지어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왕가와 백작가의 결혼 또한 귀천상혼으로 분류하던 시절이었죠. 그런데 크리스토프는 그냥 평민인 주제에 무려 아렌델 왕국의 공주인 안나와 사귀고 있는겁니다. 안나 코인 탄거예요. 그러니 얘가 가진 최대 자산은 안나 그 자체입니다. 안나와의 결혼에 매달릴 수 밖에 없죠. 허나 나라가 작살이 나는 상황이라면 그 때문이라도 눈 앞의 사건 해결에 집중해야 하는데 이놈 이거 진짜 답이 없습니다.


가운데땅에 위기가 닥쳐왔다


아무튼 엘사는 가운데땅의 위험을 감지하고 북쪽으로 향합니다. 그곳엔 봉인된 금단의 땅이 있었죠. 금단의 땅에서 날뛰는 정령들을 엘사가 압도적인 무력으로 제압해주십니다. 그런데 보면 알겠지만 4대 원소 중에서 물이 제일 위험합니다. 물은 당신을 도청합니다. 물은 당신을 도촬합니다. 와... 프라이버시는 대체 어디있는거죠?? 물이 다 봤네 다 봤어.


이쯤 되니 펑크 음악의 레전드인 Earth, Wind and Fire의 밴드명에 왜 Water만 빠져있는지가 이해가 됩니다. Water가 제일 나쁜 놈들이니까요! 땅바람불 성님들이 이렇게나 선견지명이 있는 위대한 분들이었습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땅바람불 성님들,,, 당신은 진정 위대하신 분들이었읍니다,,, 70년대에 물이 위험한걸 아셨다니,,,


아무튼 엘사와 안나와 올라프는 계속 북쪽으로 향합니다. 크리스토프요? 버리고 그냥 갑니다. 욕정남은 국난 극복에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죠. 그리고 엘사는 북쪽의 해안가에서 안나와 올라프를 대지의 정령에게 제물로 바치고 북쪽 섬으로 갈 추진력을 얻습니다. 거기서 말 한마리를 잡습니다. 예, 모든 것을 도촬하고 도청하는 물의 정령입니다. 이제 이 말을 타고 엘사 장군님은 위풍당당하게 행진하십니다.



그런데 엘사가 갑자기 섬에 도착하더니 'Show yourself'를 외치고 '엘사 더 블루'에서 '엘사 더 화이트'로 변합니다. 솔직히 이거 완전 간달프 아닙니까? 팡고른 숲에서 아라곤이 'Show yourself!'라고 외치자 백색의 간달프가 모습을 드러낸 것과 딱 맞습니다.


어거지라구요? 일단 둘 다 마법사구요 간달프는 셰도우팩스란 말을 타고 다니죠. 우리 엘장군님도 말을 타고 다닙니다. 심지어는 나중에 'You shall not pass'도 시전합니다. 이 정도면 그냥 엘사 스킨을 씌운 간달프죠. 그렇습니다.


여러분이 극장에서 보고 계셨던 것은 엘사가 아니라 간달프였습니다!!


??? : 그렇다네. 내가 바로 백색의 엘사라네.


아무튼 이 엘사의 탈을 쓴 간달프는 물의 능력을 이용해 부모의 사생활을 염탐하기 시작합니다. 와... 부모님의 사생활, 인권은 어디간거죠?? 원래 부모님들이 애들 빨리 재우는데는 이유가 있는겁니다. 애들이 봐선 안될걸 하셔야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걸 막 봅니다. 아 안돼 이 미친놈아!!!


부모님의 사생활만 염탐 가능한게 아닙니다. 사실상 아렌델 국민들을 모두 염탐 가능합니다. 심지어는 죽은 사람의 삶도 엿볼수 있어요. 이거 극강의 빅브라더 아닙니까?? 아렌델 국민들의 행복해 보이는 모습에 속지 마십쇼. 누군가 당신의 사생활 전부를 엿보고 듣는다고 생각하면 행복한 표정만 짓고 살아야 할겁니다.


그러고 보면 리처드 닉슨이 불쌍할 지경입니다. 닉슨에게 엘사처럼 물로 도청/도촬할 능력이 있었다면 대통령을 사임하지 않아도 됐을겁니다. 가만... 이거도 하필 '워터'게이트네!!


'워터'게이트라는 점에서 우리는 물의 무서움을 짐작할 수 있다...


부모님의 비밀을 보는 것도 모자라 할이버지의 비밀을 엿보던 엘사는 결국 얼음이 되어버립니다. 도촬과 도청으로 인해 벌을 받은 겁니다. 디즈니는 이게 범죄란걸 교육하는거죠. 반복해서 이야기하지만 그건 범죄입니다.

이제 지옥 밑바닥에서 탈출한 안나에게 다시 포커스가 맞춰집니다. 분노한 자연과 숲을 진정시키 위해서 댐을 부셔야 합니다. 댐을 무너뜨려서 어?? 아이센가드를 공격해야지!! 사루만 네 이놈!!!! 댐을 박살내는건 좋았는데 그 물길이 가는게 사루만의 아이센가드라 아니라 자기 성이란게 문제입니다. 저쪽 댐이 무너졌다고 해서 구경갔는데 우리집이 무너지는 판입니다. 눈물이 나겠네요.


이때 간달프가 섀도우팩스를 타고 위풍당당하게 달려옵니다. 그리고 발로그... 아 아니고 엄청난 물결 앞에 서서 외칩니다. "You Shall not Pass!!!!" 아, 물론 들리진 않았는데 아마 마음속으론 외쳤을거예요. 아무튼 그런겁니다.



이 모든 일이 끝난 후에 엘사는 더 이상 왕위를 맡을수가 없다고 해서 안나에게 왕위를 물려줍니다. 상식적으론 이해가 안되죠. 마법 능력을 파워업한 국왕이면 개쩖 그 자체 아닙니까? 게다가 두 왕국을 통합하기까지 했어요. 그러면 통합 왕국의 국왕으로 통치를 하는게 맞죠.


근데 왕 못한대요. 이해가 안가는 건 당연합니다. 이것은 여러분이 제가 이때까지 해온 설명에도 불구하고 엘사를 엘사로 보고 있었기 때문이죠. 간달프로 생각하면 이해가 됩니다. 사명을 마친 간달프는 프로도를 데리고 가운데땅을 떠나야죠.


그래서 안나는 아렌델 왕위에 오릅니다. 근데 안나의 배우자 될놈이 욕정남 크리스토프입니다. 나라꼴 아주 잘 돌아가겠습니다 그려. 그렇지 않아도 존재 자체가 전략병기인 엘사가 없는데 통치자가 저 꼴이니까요. 무능력한 놈이 안나코인 잘 타서 인생 폈습니다. 하지만 아렌델의 미래는 어둡겠지요.


디즈니는 겨울왕국 2를 통해서 도청과 도촬을 자유롭게 하는 독재국가의 위험성을 잘 보여줬습니다. 그런 독재국가의 미래는 어둡다는거죠. 아 무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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