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테넷(2020) 리뷰
주의.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상관 없는 분만 읽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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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은 테샛을 만들었고 놀란은 테넷을 만들었습니다.
둘의 공통점은 뭐다? 둘다 베베 꼰다는게 있습니다. 물론 테샛은 시험이니 꼬아서 내는게 이해가 되긴 하죠. 또 다른 공통점으론 둘 다 보고나서 어디가서 자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테샛은 쯩을 발급해서 이력서에 넣어 자랑할 수 있게하는 반면 테넷은 인스타에다 자랑할 수 있죠.
둘 중에 뭐가 더 나을까요? 당연히 테넷이죠 장난합니까? 테샛 쯩을 인스타에 올려봤자 아무도 관심을 안가져주지만 테넷은 감상 후기를 올리면 관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는 체와 함께 개똥같은 해석을 붙여 유튜브에 올리면 심지어 잘했다고 유튜브가 돈도 줍니다. 테넷의 압승이죠.
아무튼 영화가 시작하고 총질을 주고 받더니 갑자기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We live in a twilight world"
어? 뭐라고?? 우리가 트와일라잇 세상에 살고 있다고??? 트와일라잇이라니 제가 제대로 들은거 맞습니까?
평범하고 인기도 없는 소녀가 갑자기 전학을 했더니 얼짱 몸짱들이 다 반하고, 뱀파이어지만 햇볕에도 데미지가 없고 피를 안빨아도 사는데 지장 없는데 번식 행위에 대한 욕구는 있는 아무튼 뱀파이어라고 주장하는 그런게 등장하는 그 소설요?
라노베도 그렇지만 이런 종류의 소설은 읽다보면 항마력이 딸려서 버티기 힘듭니다. 평범하게 생겼고 찌질한데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고 성격도 좋은 여자'들'이 알아서 적극 대시하는 그런 소설요. 왼팔에서 날뛰는 흑염룡이 차라리 낫겠습니다. 그런데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니 아이고...
이렇게 보니 미래가 망했다는게 이해가 됩니다. 미래가 망한 것은 항마력이 딸려서겠죠. 싸이월드가 사라졌을때 지금의 3-40대들은 본인들의 흑역사를 영원히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박수를 쳤을 겁니다.'더 이상은 naver'같은게 발굴 될 일도 없죠. 그런데 그 흑역사가 리얼이 된다고요? 자폭하고 싶어서 버틸 수가 없었을겁니다.
하지만 영화에도 나오듯이 일어날 일은 일어납니다. 미래인이 인버전을 통해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발행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단지 내용 정도는 고칠 수 있겠죠. 알고보면 일반인의 항마력으로도 버틸 수 있게 고친게 그 정도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영화 속 세계가 트와일라잇의 세계란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로버트 패틴슨이 등장합니다. 뱀파이어가 아닌 패틴슨은 더 이상 어색하고 느끼한 미소를 짓지 않습니다. 컨디션이 좋은지 혈색도 좋습니다. 그야말로 풀컨디션 패틴슨이라 할만 합니다. 풀컨이라 그런지 말빨도 좋습니다. 벨라랑 얘기할때를 생각해보십쇼. 인간미와 더불어 지능이란게 생겼습니다. 풀컨패 오오...
아무튼 주인공과 풀컨패는 인도를 갔다가 공항의 비관세구역인 프리포트란 곳을 갑니다. 우리는 사봤자 면세점에서 양주인데 저놈들은 상품의 끕이 다르네요. 역시 유럽에서 혁명이 여러번 일어났던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영화는 문워크의 대환장쇼가 펼쳐집니다. 등장인물 한명이 똑바로 걸으면 다른 사람은 문워크를 합니다. 더 나아가 주인공도 절반은 똑바로 걷고 절반은 문워킹을 하죠. 그래서 보고 있자면 이 영화는 등장인물 절반이 문워크를 하고 그 등장인물들이 출연 시간의 절반 동안 문워크를 하는 영화입니다.
이렇게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의 반반무많이 상황을 이어가면서 플루토늄을 찾아야 한다 -> 사실 플루토늄 아니고 알고리즘임 ㅇㅇ 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죠. 그러다보면 알게 됩니다. 이게 이해하라고 만든 영화가 아니란걸요. 뇌를 정지하고 대충 아 그렇구나 라고 보면 됩니다.
마지막 30분 동안 이 영화는 그간 보여줬던 당당하게 걷긔와 문워크를 거대버전으로 만들어서 보여줍니다. 이 또한 생각을 포기하는게 낫습니다. 어차피 어설프게 뒤로 걷고 있는 배우들이 눈에 거슬려서 집중도 안되겠지만요.
그리고 아무튼 세상을 구했답니다. 그리고 갑자기 풀컨패가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주인공에게 '님은 날 이번에 처음 봤겠지만 님은 미래에 날 만나게 됨 ㅇㅇ'이러고 합니다. 그러니까 서로의 시작과 마지막의 타임라인이 엇갈린 거죠.
엇!! 잠깐 나 이거 닥터후랑 시간여행자의 아내(2009)에서 본 적 있는데?! 그렇습니다. 이건 '시간여행자의 아내'에 액션을 끼얹고 SF를 보강한 동성버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어쩐지 주인공과 풀컨패좌의 첫 만남에서 풀컨패가 레이첼 맥아담스에 버금가는 너무 상큼한 미소를 짓더라니... 놀란이 BL물도 잘 만들 줄은 몰랐네요.
놀란이 만든 영화가 다 그렇듯이 테넷도 플롯이 엄청 복잡합니다. 그리고 놀란은 이 복잡한 플롯을 잘 다루는 똑똑하고 능력있는 감독이고요.
다만 똑똑한건 놀란인데 보는 사람들이 자기가 똑똑하다 착각하게 만드는게 놀란 영화들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놀란 영화 이해 못하겠다 말하는 사람도 드뭅니다. 꺼무위키를 보든 유튜브를 보든 다들 보고 나서 아는 체를 할 뿐이죠.
아마 그게 '명징하게 직조해낸'에 불편해 했던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놀란 영화를 보면서 '플롯이 복잡하네요. 불편합니다.'라고 하지 않는 이유일겁니다. 명징 직조를 모르는 건 나를 무시하는 거지만 놀란 영화를 이해 못한다는건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니까요.
유튜브에선 너도나도 해석을 올려대고 있고 인스타에선 괜히 영화를 심도 깊게 이해한 것처럼 한두문장의 글을 달아 사진을 올려 댑니다. 놀란의 영화는 원래 그런 목적이죠. 그렇기 때문에 '물리학 석사 학위가 없으면 온전하게 이해하기 힘든 영화 웅앵웅'은 그냥 무시하면 됩니다.
중요한 건 뭐다? 이 영화가 시간여행자의 아내의 BL버전이란거고 트와일라잇은 세상을 멸망시킬 수 있단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