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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정전 - 얼굴이 장국영이어도 죽창을 맞습니다

아비정전으로 보는 교훈

by 김영준

'본인 주제를 모르고 깝치다간 죽창을 맞는다'는 걸 알려주는 교훈적 영화입니다.


고광렬은 첫 판부터 장난질을 하고 이 영화는 시작부터 장난질입니다. 남자가 여자에게 오늘 밤 꿈에 자신이 나올거라 하고 다음날에 꿈에 안나왔다고 하니 "물론이지. 한 숨도 못 잤을테니"라고 합니다.


야... 진짜 이걸 대사라고... 왕가위 감독 오른손 의수설을 제시합니다. 첫판부터 장난질하다 걸리면 손모가지 날라가는거 국룰 아닙니까? 홍콩이라 룰이 좀 다른가요?


그 동안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를 정신나간 대사가 많이 나온다고 욕해서 미안합니다. 더 정신나간 대사가 바로 여기 있었습니다. 저런 대사를 실제로 내뱉었다간 귀싸대기의 유통기한이 만년이 되도록 평생 싸대기를 맞을 겁니다. 에타나 네이트판에 "썸남이 좀 미친거 같아"란 글로 오르겠죠.


그치만 이 대사를 하는게 누구다? 장국영이죠. 장국영이 하니 그럭저럭 넘기는게 됩니다. 김은숙 작가의 오그라드는 대사를 공유 같은 잘생긴 배우들이 살린거랑 똑같습니다.


외모가 개연성이고 외모가 설득력이고 외모가 내러티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현실을 빨리 깨우쳐야 합니다. 당신은 장국영이 아닙니다. 얼굴에서 이미 설득이 안됩니다. 세상은 원래 이렇게 불공평 한겁니다. 한번 노5력해보십쇼. 장국영이 되는가.


이 영화의 문제가 또 하나 있습니다. 나오는 사람들이 너무나 예쁘고 잘생겼습니다. 와 장국영이 너무 잘생겼습니다. 와 유덕화 미칩니다. 와 장만옥은 왜 이렇게 예쁩니까? 와 유가령 섹시합니다. 영화 다 봤습니다.


영화 내용이 기억이 안납니다. 뭔가 말을 한거 같긴 한데 얼굴만 기억납니다. 신혜선씨가 강동원씨랑 키스씬을 찍는데 기억이 날라갔다고 했죠? 이해가 됩니다. 60년대 홍콩은 온 지구의 버프를 받았음에 틀림없습니다. 어떻게 저런 배우들이 동시대에 나옵니까? 이러다보니 다들 영화내용 까먹고 장국영 눈빛이나 기억하는 겁니다.


주인공이 나옵니다. 이름이 아비입니다. 시작부터 부모드립이네요. 저는 디씨 출신이 아니라 이런 패드립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아무튼 이 아비는 아비가 없어서인지 온갖 행패를 부리고 다닙니다. 기껏 길러준 양어머니에게도 폭언을 퍼붓고 친엄마가 자기를 버렸다는 걸 빌미삼아 난봉꾼 짓을 하고 다닙니다.


인생 참 편하게 사는 놈입니다. 늘 개자식처럼 굴고 다닙니다. 이 자식이 이러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우리 엄마가 날 버렸어. 난 상처 받았어.' 참으로 훌륭하네요 정말. 하지만 설득력이 있습니다. 지나칠 정도로 잘 생겼습니다. 제가 카메라로 장국영 얼굴 잡아줄 때마다 감탄을 했으니 오죽하겠습니까.


아무튼 이거 보고 있자니 노답입니다. 한남을 논하기 이전에 여기 홍남이 있었네요. 아아 나는 상처받았어. 난 이럴 수밖에 없어. 아무도 날 이해모테!! 한번만이라도 햄보카고 시픈데!! 같은 대사를 늘어놓습니다. 그 와중에도 아빠는 안찾습니다. 아비는 아비가 없네요 진짜.


얼굴 믿고 깝친다 가 이 영화만큼 잘 들어맞는 영화는 없습니다. 아비는 자신의 개인사를 방패막이로 쓰고 있습니다. 나는 이런 상처가 있으니 이래도 된다는거죠. 남들이 나를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놈들은 자기가 얼마나 좋은 환경을 타고 났는지를 자각을 못합니다. 아비가 장국영 얼굴이 아니라 어디 길바닥에 흔히 보이는 오징어였다면 사람들이 아비에게 자비와 인정과 안타까움을 베풀지 않았을 겁니다. 같은 멸종위기종이라도 귀여우면 과잉보호받아서 개체수가 급증하지만 못생기면 무관심 속에 그냥 사라지는 것처럼요.


하지만 아비 이놈은 자기 얼굴 때문에 얼마나 남에게 배려받는질 모릅니다. 왜냐? 얼굴은 주어진 것이니까요. 그게 본인 인생에 얼마나 어드벤티지를 주는질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막 설치고 깝치고 다닐 수 있는 것입니다.


인생이란게 그렇습니다. 가진 자들은 자기가 얼마나 태생적 어드벤티지를 누리고 있는지를 자각 못합니다. 그건 그냥 당연한거죠. 그래서 자신은 불행하다 생각하고 자기애에 빠져 허덕이며 함부로 말하고 함부로 행동합니다. 그 어드벤티지가 없는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죠.


그 없는 자를 대표하는 캐릭터가 장학우입니다. 솔직히 이것도 기만적이네요. 오맹달도 아니고 장학우라니 너무한거 아닙니까? 장학우가 등장인물 중에선 평범해 보여도 이 사람 홍콩 4대천왕 중 한명이었습니다. 빼앗긴 가난처럼 이런게 빼앗긴 평범이라 하나 봅니다.


아무튼 아비는 필리핀으로 갑니다. 근데 이거 크게 잘못한 겁니다. 필리핀이 어딥니까? 법조인 출신의 둠시장이 결국 대통령이 된 그곳! 아 이건 두테르테 얘깁니다. 혹시나 다른 나라의 다른 사람을 떠올리셨다면 그건 당신 문젭니다. 판사님 저는 결백합니다.


두테르테의 나라입니다. 말보다 죽창이 빠른 곳이란 얘기죠. 그런데 여기 가서도 얼굴 믿고 깽판을 치고 있습니다. 제정신이 아닙니다. 아비 때문에 인생이 꼬여버린 유덕화가 도와줘도 구제가 안됩니다. 뒤늦게 온 중2병이 이렇게나 무섭습니다. 이러다 보면 결국 야수의 심정으로 쏜 총을 맞게 되어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거하게 총알을 맞았죠. 디스 이즈 필리핀.


누구나 상처는 있습니다. 그리고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요. 아비는 세상에 자기 혼자만 상처입은 사람인 것처럼 행동했습니다. 근데 그럴리가 있나요. 영화는 아비의 상처를 보여줌으로 아비에게 감정적 공감이 들도록 유도하죠. 누군가의 상처를 알면 그 사람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행동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의도는 이해하기 위한 것이고 행동은 책임을 져야할 것이죠. 아비는 이 부분을 무시했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관용 덕분에 살아가는지를 모른겁니다. 그리고 현실에서 이런 사람들은 흔하고요.


이 영화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던져줍니다. 중2병은 중2때 끝내야 한다는 것과 잘생기면 용서가 될지 모르지만 죽창은 용서를 모른다는 것이죠. 장국영처럼 생겨도 죽창을 맞습니다. 그런데 우린 장국영이 아니네요?? 그러니 부디 세상을 넓게 보고 본인의 주제를 파악하여 죽창을 피하도록 합시다.


대 죽창의 시대에 더욱 교훈적인 영화, 아비정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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