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업가의 책이 다 읽을만한 것은 아니다
앞서 쓴 스타벅스와 카페베네, 그리고 2000년대 커피프랜차이즈 전쟁에 관한 글에서 카페베네의 경영에 직접 몸담은 강훈 대표와 김선권 대표의 책을 인용하여 이야기를 풀어 놓았는데 사실 내가 기업가가 쓴 책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보자면 이 책들은 좋게 평가할 수 없는 책에 해당한다.
기업가가 쓴 책을 볼 때 나는 크게 두가지 기준으로 평가를 한다. 1) 기업가가 창업멤버들의 이야기와 일화를 다루고 있는가? 아니면 철저하게 자신만의 이야기만 하는가? , 2) 디테일 없이 본인의 사업철학과 생각만을 두루뭉술하게 풀고 있는가?
1)이 중요한 이유는 철저히 자기 중심적으로 이야기를 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책의 내용은 '이것도 내가 했고 저것도 내가 다 했고 아무튼 내가 다 했고 다 잘했다'가 되기 쉽다. 물론 초창기 기업에선 기업가의 다재다능함이 중요시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멤버들의 역할이 없다 볼 순 없다. 다른 멤버의 역할과 기여를 기억하고 인정하는 기업가는 자신의 성공과 결과물을 바라보는데 있어서 비교적 균형적인 시각을 갖추고 있다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동업자나 초기 멤버에 대한 이야기가 사실상 이름만 거론된 수준이라면 결과적으로 내가 다 잘했다로 이야기를 만드는 자기자랑에 가까워진다. 미화된 이야기란 말이다. 이 경우 결과론에 끼워맞추는 것이 되며 생략한 부분에서 정말로 중요한 부분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크다.
2)의 경우엔 기업가가 가진 경영 철학과 비전, 생각이 매우 중요하단 것은 나도 안다. 하지만 말 뿐인 경영 철학과 생각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소음거리에 불과하다.
예전에 내가 모 기업에 대해 이야기 했을 때 어떤 분께서 그 기업 대표의 경영철학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걸 들은 적이 있었다. 기업가의 경영철학은 대부분 멋진 것이고 비전과 생각들도 굉장히 멋지다. 하지만 거대한 성공이란 결과를 두고 기업가가 뱉은 멋진 경영철학을 이야기하며 그것 때문에 성공했다고 말하는 건 무리수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기업가가 언급한 멋진 경영 철학과 생각이 그와 기업의 행동과 선택과 배치되지 않는지다. 대부분은 기업가의 멋진 말에 주목할 뿐 그의 실제 행동과 궤적이 매치되는지를 확인하지 않는다. 누가 들어도 멋진 말만 하는 사람을 훌륭한 기업가라고 할 수 있을까? 경영 철학과 배치되는 행동, 그리고 본인의 생각을 밝히면서 나온 논리와 실제 기업의 행적이 괴리를 보인다면 이건 말은 그저 포장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거둔 성과는 인정은 해도 마윈 회장 자체를 높게 평가하진 않는데 이는 마윈 회장은 공식석상에서는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듣기 좋은 경영철학을 밝히지만 실제로는 지키지도 않으면서 자기 철학이라고 이야기한다는 평을 듣고 있는 기업인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잘 포장된 말에는 배울 점도 메세지도 없다.
이것이 두루뭉술한 경영철학과 생각을 밝힐 뿐 디테일이 없는 기업가의 책을 낮게 평가하는 이유다.
이러한 기준으로 놓고 보자면 강훈 대표의 책이나 김선권 대표의 책은 걸리는 부분들이 많다. 물론 둘 중에선 강훈 대표의 책이 좀 더 낫다. 실무에서 부딪히며 구른 경험과 디테일이 담겨있긴 하기 때문이다. 김선권 대표의 책은 논리와 경영철학이 실제 행동과 맞지 않는 부분들이 제법 목격된다.
강훈 대표의 책을 보면 기업가가 자신이 알고 실천하고 있다 생각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카페가 고급화를 지향해야하는 이유를 설명할 때 그는 시장의 엘리베이팅을 근거로 든다. 좋은 것을 누려본 소비자는 절대 그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시장의 모든 소비자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망한 곳들은 그걸 안했고 자신은 그걸 알고 했기 때문에 살아남았다 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후 실제 그의 선택을 보면 정말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지 않다.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은 십수년 동안 크게 변해서 스타벅스와 할리스가 등장하던 때와 2010년대 초반이 완전히 다른 시기였다. 카페 산업의 초창기야 소비자들이 커피맛을 잘 모르니 이미지 마케팅이 더 중요할 수 있겠지만 시장의 엘리베이팅을 생각하면 커피 맛을 알기 시작하고 다양한 취향을 가진 소비자들이 점점 더 늘어나게 되어있다. 그럼에도 그는 질은 내버려두고 이미지 마케팅에만 주력했다. 고급화는 고급화에 걸맞는 질적 수준을 요구한다는 걸 잊고 있었다는 얘기기도 하다. 결국 그도 자기가 알고 있다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몰랐던 셈이다. 기업가가 쓴 책에는 이와 비슷한 부분들이 의외로 종종 목격된다.
위에서 언급한 내 두가지 기준으로 보자면 최고로 꼽을 수 있는 책은 역시 나이키의 공동 창업자인 필 나이트의 자서전 [슈독]이다. 애초에 읽을때 다소 비판적인 시각으로 읽기를 시작했음에도 특별히 흠을 잡기가 힘든 책이었다. 다른 공동창업자와 초창기 멤버들의 기여와 일화가 비교적 자세히 수록되어 있고 경영철학과 행동은 대체로 일치한다. 괜히 좋은 책이 아니라 할 수 있다.
https://blog.naver.com/breitner/221313030149
물론 기업가의 책을 읽으면서 그 행간과 미스매치에서 메세지를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기업가의 책을 읽든 나름대로의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내가 기업가의 책을 고르는 두가지 기준을 활용하는 것이 정보 획득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