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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준 May 12. 2021

리더들은 왜 나쁜 전략을 남발할까?

좋은 전략 나쁜 전략, 리처드 럼멜트 지음


전략이란 단어처럼 여기저기 남발되는 단어도 또 없을 것이다. 가격 전략, 전략적 목표, 마케팅 전략, 미래 전략 등등. 하다 못해 이러한 표현도 자주 하지 않나? "그건 전략적이지 못한 선택이다" 전략이란 단어가 너무나도 많이 남용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라는 표현을 '알아서 잘'이라고 바꿔서 말해도 될 정도다. 그런데 이렇게 남용되는 전략이 대체 무엇인가에 대해 물으면 명확한 답이 나오질 않는다.


일찍이 손자병법에서는 명확한 목표를 정하고 그로 얻게 될 이득을 판단한 후, 모든 역량을 투입하여 나의 강한 부분으로 상대의 약한 부분을 공략하고 손실을 최소화 하라는 길을 제시한 바 있다. 이게 전략이다. 이 때문에 전략은 언제나 경쟁의 존재를 바탕에 두고 있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공략해 나가는 방법과 행동을 포괄한다.


전략은 나의 강점으로 경쟁자의 약점을 공략하는 것이 핵심으로 나의 강점이 브랜드라면 브랜드를, 자본이라면 자본을 적극 활용하여 경쟁자를 상대하는 것이다. 다만 모든 분야에서 다 경쟁자보다 강한 개체는 존재하지 않기에 강점과 약점을 어떻게 파악하고 얼마나 역량을 집중시키느냐에 따라 작은 체급이 큰 체급을 이기는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이를 표면적으로만 아는 사람들이 마치 마법적인 비법처럼 여기는 것이다.


리처드 럼멜트가 쓴 [좋은 전략, 나쁜 전략]은 이와 같은 전략에 대해 다루고 있다. 럼멜트는 좋은 전략은 수립을 하기만 해도 자동적으로 무엇을 해야할지에 대한 행동이 명확해지기에 그에 맞춰 역량을 집중 투입하면 된다고 이야기 한다. 반대로 나쁜 전략은 뭘 해야 될지 모르기 때문에 행동으로 연결되기 어렵고 역량 또한 분산되어 제대로 결과를 내기가 어렵다 한다. 그리고 바로 이 나쁜 전략의 설정이 실패로 이어지기에 이 둘을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야기한다.


그럼 나쁜 전략이란 대체 무엇일까? 럼멜트는 나쁜 전략에는 4가지 속성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1) 미사여구, 2) 문제 회피, 3) 목표와 전략의 혼동, 4) 잘못된 전략목표 가 바로 그것이다.


예쁘고 멋들어 진 표현은 대체로 내용이 없다. 예를 들어 내가 최근에 본 표현 중에선 '4차 산업에 대비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추진' 같은 표현이 있다. 말은 멋진데 정확히 뭘 하겠다는 구체성이 없다. 그리고 이게 다른 경쟁자 대비 어떤 차별화가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책에서도 언급되지만 아서 앤더슨은 '전력 거래 플랫폼을 구축하고 장외 거래 중개자 및 정보 제공자의 역할을 수행'이라는 전략을 제시한 적이 있다. 이 역시 말은 멋지지만 아무런 정보값이 없다. '신뢰를 최고의 가치로', '고객 만족', '최고의 품질을 최고의 가치로' 등등의 표현 또한 마찬가지다. 멋진 구호라면 모르겠지만 이러한 표현들은 너무나도 추상적이어서 무얼 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문제에 대한 인식과 제시가 필요하다. 전략의 시작은 문제에 대한 인식이고 이 문제를 어떻게 대응하고 해결해 나가느냐로 맞춰진다. 따라서 엄연히 존재하는 문제를 언급하지 않거나 회피하는 것은 나쁜 전략이 된다는게 럼멜트의 말이다.


목표와 전략의 혼동 또한 나쁜 전략의 속성에 해당한다. 목표는 목표일 뿐 그 자체가 전략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를 혼동하기 때문에 목표를 전략으로 설정하는 잘못을 저지른다. 예를 들어 책에도 언급된 '해마다 20%씩 매출을 늘린다'를 핵심 목표로 지정한 케이스다. 매년 20%씩 매출을 늘리기 위해선 무얼 해야할지 감이 안잡힌다. 이 역시 구체적인 행동이 전략에서 도출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 때문에 목표와 전략을 혼동하는 경우 그 행동에서 '알아서 잘'이라는 것 밖에 연결되지 않는다.


생각 없는 리더들이 '배수진'이라든가, '사즉생 생즉사'같은 말을 입에 잘 올리는 것도 그런 연유다. 한신이나 이순신을 예로 들면서 '이거 봐라. 결사의 마음가짐으로 했더니 되지 않냐!'라고 하는 것인데 정작 한신이나 이순신이 전투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얼마나 철저한 분석과 준비를 거쳤으며 얼마나 상대방을 잘 파악하고 상대방이 자신이 정한 전략 플랜대로 끌려올 수밖에 없게 제약을 가하며 얼마나 많은 역량을 투입했는지를 모르고 하는 발언이다. 배수진이나 사즉생 생즉사 같은 걸 무슨 불리한 상황을 타개할 마법 정도로 여기지 않는 한 저런 발언이 나올 수가 없다.


거창한 비전이나 비현실적인 목표를 설정 하는 것 또한 나쁜 전략에 해당한다. 핵심적인 문제를 정의하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좋은 전략에 해당하는데 거창한 비전과 비현실적인 목표는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고 구체적인 방법이 뒷받침 될 수 없으며 뜬구름 잡는 좋은 이야기만 하다 끝나게 된다.


이런 나쁜 전략이 생기는 이유를 럼멜트는 리더들이 어려운 선택을 회피하기 때문이고 정해진 템플릿에 빈칸만 채우는 식의 형식적 전략을 새우기 때문이며 '긍정적인 사고 방식이면 다 해결될 것이다'라고 믿는 터무니 없는 믿음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매우 현실적인 조언들이다.


이 책에서 전략을 이야기 하면서 계속 강조하는 것이 명확성, 구체성, 현실성이다. 현상을 파악하고 분석하고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기 위해선 철저한 현실성에 기반해 있어야 하고 명확하고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설정함과 더불어 구체적인 행동이 뒤따를 수 있도록 전략을 설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될거라고 하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것에 불과하다. 개인적으로 철저한 현실주의적 태도와 접근을 자주 이야기하는 편이기에 이 책에서 좋은 전략의 요소로 언급하는 명확성, 구체성, 현실성에 절대적으로 공감하며 읽었다.


재미있게도 정신승리를 외치는 사람들이 자주 인용하는 '사즉생 생즉사'은 원전인 오자병법에서 '필사즉생 행생즉사'라는 내용으로 담겨 있다. 이는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하고 대비하여 움직이되 한번 결정한 후엔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며 요행을 바라지 말라는 의미이다. 럼멜트의 이 책에서도 사전에 철저한 분석과 준비와 더불어 전략적 행동의 일관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간을 넘어서도 변하지 않는 전략의 핵심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전략에 포커스를 두고 우리 현실을 한번 재점검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에서 지적하는 나쁜 전략의 요소들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 멋들어진 구호를 목표로 삼고 있으며 행동의 구체성은 커녕 애초에 목표 자체가 구체적이지 않고 추상적인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이 구호를 목표로 설정하는 경우 제대로 된 전략의 수립이 어려우며 목표 달성 또한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다만 좋은 전략의 수립이 무조건적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진 않는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전략은 경쟁이란 상황 속에서 이뤄지고 경쟁자와 나의 도전과 응전 과정이기도 하다. 때문에 전체적인 상황, 상대의 대응과 그리고 운에 따라서 좋은 전략도 실패할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평소에 생각하던 바와 잘 합치되는 부분이 많아 매우 즐겁게 읽은 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것이 작년에 진행했던 선택과 의사결정에 관한 독서모임의 마지막 책으로 선정했던 이유였기도 했다. 책 자체는 좋지만 저자의 연령대가 연령대인 만큼 책에서 소개되는 사례들이 좀 올드한 부분은 있다. 2011년에 나온 책이란걸 감안해도 책의 주요 사례들이 80-90년대의 이야기로 주로 채워져 있어서다. 저자가 42년생임을 감안하면 이해할만한 부분이다. 사례의 오래됨을 감안하고 본다 하더라도 내용 자체는 좋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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