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캔 속의 악마, 왜 우리는 기꺼이 중독되는가

플레이버리스트, 신경학자, 화학자, 공중보건학자들이 해부한 탄산의 애증

by BREWOLOGY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에..]


'치이익-'
캔뚜껑이 열리는 소리. 세상에서 가장 짧지만 가장 완벽한 교향곡. 그 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우리는 차가운 액체를 목으로 넘깁니다. 혀를 톡 쏘는 짜릿한 쾌감, 그리고 뒤따라오는 압도적인 단맛. 아, 이 순간만큼은 세상의 모든 걱정이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잔이 비워질 때쯤, 어김없이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방금 내가 뭘 마신 거지?', '이 설탕 덩어리가 내 몸에 괜찮을까?' 하는 미세한 죄책감.

쾌락과 후회, 갈망과 불안. 탄산은 아마 인류가 발명한 가장 완벽한 '애증'의 액체일 겁니다.


이번 《Brewology》의 탐험은, 바로 이 아슬아슬한 감정의 줄타기 위에서 시작됩니다. 대체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달콤한 악마에게 기꺼이 영혼을 팔게 만드는 걸까요?



[제1우주: 플레이버리스트의 설계실 - 이것은 '맛'이 아니라 '마술'이다]


솔직히 말해, 우리가 탄산음료에서 느끼는 '상큼한 레몬향'이나 '달콤한 체리향'은 대부분 진짜가 아닙니다. 그것들은 수백 가지 화학 물질을 정교하게 조합해 만든,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향의 환상'이죠. 하지만 이 마술을 완성하는 마지막 한 가지 재료가 없다면, 그 모든 건 그저 설탕물에 불과합니다. 바로 '탄산'입니다.


탄산 기포가 혀에서 터지는 그 순간, 미세한 통증과 함께 수만 개의 향기 분자가 코로 폭발적으로 밀려 올라갑니다. 이것이 바로 '레트로네이졀(Retronasal)' 효과입니다. 탄산은 향을 증폭시키는 가장 강력한 부스터인 셈이죠. 정말이지, 이건 미각의 사기극에 가깝습니다. 플레이버리스트의 눈을 통해 보면, 우리는 음료를 마시는 게 아닙니다. 혀와 코, 뇌를 동시에 속이는, 가장 정교하게 설계된 '감각적 마술'을 기꺼이 체험하고 있는 겁니다.

플레이버리스트의 한 줄 인사이트:

"인간은 맛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맛에 대한 '기대'와 '기억'을 소비한다."



[제2우주: 감각 신경학자의 연구실 - 뇌는 왜 '고통'을 사랑하는가?]


이건 좀 이상하게 들릴 수 있는데, 한번 들어보세요. 당신이 '짜릿함'이라고 느끼는 탄산의 정체는, 사실 혀의 통각 수용체(TRPA1)를 자극하는 '화학적 고통'입니다. 고추의 캡사이신이 일으키는 고통과 같은 메커니즘이죠. 그런데 왜 우리는 이 고통을 불쾌해하기는커녕 오히려 즐기는 걸까요?


뇌는 이 자극을 '실제 위협이 없는 안전한 고통'으로 인식합니다. 그러면 우리 뇌는 이 미세한 위기상황을 극복했다는 보상으로, 소량의 엔도르핀과 도파민, 즉 '행복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롤러코스터를 타거나 공포영화를 보는 것과 똑같은 원리입니다. 결국 우리가 탄산에 중독되는 이유는, 단맛 때문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안전하게 통제된 고통' 끝에 찾아오는 그 미세한 쾌감을 갈망하고 있는 것입니다.

감각 신경학자의 한 줄 인사이트:

"가장 강렬한 쾌락은, 언제나 고통이라는 경계선 바로 옆에 존재한다."



[제3우주: 혁신의 화학자의 기록 보관소 - 역사의 '실수'가 빚어낸 기적]


1767년, 영국의 화학자이자 탄산의 아버지인 조지프 프리스틀리는 맥주 양조장 발효통 위에서 윙윙거리는 공기(이산화탄소)를 물에 녹이면, 당시 뱃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던 괴혈병을 치료할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물론, 그 실험은 완벽하게 실패했죠. 하지만 인류는 그 '쓸모없는 발명품'에 열광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약국에서 소화불량 치료제로 팔리던 이 '인공 광천수'는, 곧 달콤한 과일 시럽과 만나 '소다 파운틴'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탄생시켰습니다. 그리고 금주법으로 술을 마실 수 없게 된 미국인들의 갈증을 위로하며, 마침내 코카콜라라는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기에 이르렀죠. 질병을 치료하려던 선한 의도가, 역사의 우연과 인간의 욕망을 만나, 결국 또 다른 종류의 질병을 퍼뜨리는 숙주가 되었다니. 정말이지, 역사의 아이러니란.


혁신의 화학자의 한 줄 인사이트:

"위대한 혁신은 종종 계획의 산물이 아니라, 실패를 감싸 안는 유연함 속에서 탄생한다."



[제4우주: 공중보건학자의 경고 - 그 달콤한 위로의 청구서]


우리는 지치고 힘들 때, 달콤한 탄산음료 한 잔에서 위로를 얻습니다. 하지만 그 짧은 위로에는 너무나 큰 비용이 따릅니다. 내가 보기엔, 이건 사회 전체가 무이자 할부로 독약을 마시는 것과 같습니다.

탄산음료 속 액상과당은 일반 설탕보다 더 교활하게 우리 몸의 인슐린 시스템을 교란하고, 간에 지방을 쌓이게 합니다. 한 병, 두 병 쌓이는 동안,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비만, 당뇨, 심혈관 질환이라는 거대한 그림자 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더 무서운 것은, 이 문제가 개인의 의지 부족 탓으로만 돌려진다는 사실입니다. 거대한 자본이 만든 중독의 시스템 앞에서, 개인의 선택은 얼마나 무력할까요? 공중보건학자의 눈을 통해, 우리는 이 달콤한 위로의 청구서가 결국 우리 모두의 건강보험료와 사회적 비용으로 청구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합니다.


공중보건학자의 한 줄 인사이트:

"가장 위험한 질병은, 가장 달콤한 위로의 얼굴을 하고 찾아온다."


[피날레(Finale): 당신의 잔에 담긴 애증]


이제, 당신 손에 들린 그 차가운 캔을 다시 보십시오.
그 안에는 더 이상 단순한 음료수가 담겨 있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쾌락을 설계하는 과학의 정교함이 있고, 고통을 즐기는 뇌의 역설이 있으며, 위대한 역사의 실수가 빚어낸 영광과, 그 영광이 드리운 사회의 짙은 그림자가 함께 녹아 있습니다.


자, 이제 당신은 그 뚜껑을 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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