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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 Cheong Nov 22. 2015

세계화? 세계화!

Originally written on Mar 29 2013
   

 요즘 일을 하다보니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어떻게 이 곳(베이징)에 오게되었는지, 왜 이 곳에서 비지니스를 시작하는지 묻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난 그럴 때마다 국경, 지역의 제약은 계속해서 사라지고, 모호해지고 있어서 내게 지금 어디에서 일을 시작하는지는 별 의미가 없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뜻에 대해 잘 이해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나는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 옆의 작은 도시 김해라는 곳에서 유년시간을 보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내 인생의 범위는 작은 우리 촌동네 그리고 유치원 정도였다. 그리고 초등학교를 들어가면서 자의반/타의반으로 그 범위는 버스를 세번 갈아타는 1시간 반의 여정으로 부산까지 확장되었다. 중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혼자 대구로 가는 새마을호에 앉았을 때의 기분은 아직도 정말 생생하다. 중학교 3학년이 되고 일을 시작하면서 토요일 수업이 끝나면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가서 주말동안 일을 보고 일요일 마지막 비행기로 다시 울산으로 내려오는 생활을 하게 되었고, 내 생활권은 서울까지 확대 되었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 방학때는 제주도로 자전거 여행을 일주일간 가기도 했는데, 그 때가 내 자력으로 이 한반도 땅을 떠난 첫 경험이 이었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 베이징대학에 진학하면서 내 생활권은 중국을 위시로한 동북아로 확대되었고, 한국국제협력단을 통해 인도네시아 정부기관으로 2년간 파견되면서 생활권은 다시 동남아시아까지 확대되어왔다. 내가 인도네시아에서 생활 할 때는 한국, 미국, 일본, 싱가폴에서 지인들이 나를 방문해주었고, 국외 휴가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보냈다. 이렇게 내 생활권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급격하게 변화하였고, 계속해서 확대되어 왔다.   


 지금의 나는 중국 베이징을 베이스로 살고 있고, 지인 결혼식, 설날에 맞춰 한국에 들어가며, 다음 달엔 친한 싱가폴 친구의 결혼식 참가를 위해 싱가폴을 방문할 예정이다.  소위 정말 친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의 절반 이상은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폴, 인도네시아, 서유럽 그리고 미국에 분포하고 있고 facebook과 같은 소셜네트워킹 서비스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 최근엔 온라인으로 아프리카에 있는 친구와 내년 5월 터키, 세네갈 여행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맘 때 즈음 체코에서 공부하고 있을 대만 친구와 터키 여행을 함께하려고 일정을 조절하고 있다.  


 혹자는 내가 정말 좀 극단적인 케이스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몇몇 지인의 예를 추가로 들어보고자 한다. 



 케이스1, 싱가폴 국적을 가진 이 사람은 미국에서 인터넷 비지니스를 시작하여 큰 성공을 이루었고 지금은 중국의 대형 벤처캐피탈에서 벤처파트너로 일하며 싱가폴에 자신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 사람은 한 달의 1/3은 미국 서부에서, 1/3은 싱가폴에서 그리고 나머지 1/3은 베이징에서 보낸다. 



 케이스2, 일본 국적을 가진 이 사람은 베이징에 헤드쿼터를 세운 글로벌 벤처캐피탈의 대표이다. 이 사람은 미국에서 MBA 과정을 마치고, 지금은 가족들과 함꼐 베이징에 거주하고 있다. 이 벤처캐피탈은 동아시아에 7개의 오피스를 가지고 있는데, 이 사람은 1년의 대부분을 일본, 중국, 대만,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그리고 한국의 일정으로 채우고 있다.  



 이 대표적인 두 케이스외에도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내 주변엔 두손으로 다 꼽을 수 없을만큼 많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라인과 삼성은 과연 한국기업인가?



 그럼 이런 경향은 비단 개개인들에게만 일어나고 있을까? 삼성은 한국에서 시작된 회사이지만, 그 주식은 뉴욕과 런던 시장에도 상장되어 있고 이미 주주의 51%이상은 외국인으로 구성되어있다. 그럼 우리는 삼성을 한국 회사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일본을 필두로 아시아 시장을 쉽쓸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 LINE은 한국의 NHN이 출자한 일본 법인(NHN Japan)에서 일하는 (일본인이 아닌) 외국인 개발자들에 의해 개발된 앱이며, 다른 나라에서는 자연스럽게 Made in Japan 앱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럼 라인은 일본산인가? 한국산인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아이폰은 미국회사 애플에 의해서 설계되고, 대만회사 팍스콘에 의해, 중국에서 생산/조립되고 있다. (심지어 그 중 많은 핵심 부품은 한국산이었다.) 그럼 아이폰은 미국 제품인가? 중국 제품인가? 한국 제품인가? 


 나는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지난 7년간 한국에 거주한 시간은 7개월이 채 되지 않는다. 지금은 중국에서 중국인들과 중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비지니스를 하고있다. 우리 회사의 지주 법인은 미국령인 케이만 아일랜드에 세워질 것이며, 그 지주회사의 주식을 소유할 내 개인소유의 법인은 영국령인 버진아일랜드 혹은 싱가폴에 세울 예정이다. 그렇다면 나는 한국 기업(한국인인 내가 사장이니까)에서 일하는 것인가? 아님 미국 기업(미국령에 지주 법인이 있으니까)에 일하는 것인가? 아님 중국 기업(오퍼레이팅을 전담하는 법인은 중국에 세워져있으니까)에서 일하는건가? 정말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다. (그리고 이런 구조를 갖춘 회사는 우리 회사이외에도 정말 정말 많다.) 


Is The World Flat?


 정보 통신, 교통의 발달로 세계는 더욱더 flat해지고 있고,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수축되고 있다. 국적과 국경의 구분은 날이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다. 그럼 이런 상황에서 내가 어느 나라 사람이고, 어느 곳에서 회사를 세우고, 어느 곳에서 거주하는지가 정말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베이징-서울간의 거리는 베이징-상해간의 거리보다 가깝다.  



 이러한 추세는 계속해서 가속화되어 왔고, 장담컨데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럼 이런 환경에서 지금의 국적/국가의 개념은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프랑스 정부가 슈퍼리치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자 (루이비통, 지방시, 디오르 같은 패션 브랜드는 물론, 가일리안, 모예샹동과 같은 고급 주류/식료품 등 60여개 명품 브랜드를 거느린) 다국적 기업 LVMH의 Bernard Arnault 회장은 프랑스 국적을 버리고 벨기에 국적을 선택했다. 페이스북의 공동 창업자인 Eduardo Saverin은 브라질 출신이지만 하버드에 진학하면서 미국 국적을 취득했었고, 페이스북의 IPO와 결부된 과도한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미국 국적을 버리고 싱가폴 국적을 취득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국가 혹은 가버넌스 시스템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LVMH의 아르노 회장의 벨기에 국적 취득건을 다루며 이야기 했다 '꺼져버려! 탐욕스런 돼지야'



 내가 예를 든 것들이 대부분 비지니스와 관련된 것이라 조금 편향 혹은 과장된 것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데 가장 영민하게 움직이는 money 만큼 현재와 미래 추세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지표가 또 있을까? 그리고 정말 이러한 추세가 단순히 자본/비지니스 분야에만 그칠까?  



 방금 나는 방금전엔 프랑스에서 생산된 록시땅 비누로 손을 씻었고, 지금은 중국에서 생산된 미국 회사 Apple의 맥북으로 블로깅을 하면서, 칠레에서 생산된 와인을 마시고 있다. 내일 아침엔 일어나선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된 티셔츠와 방글라데시아에서 생산된 바지를 입고 베트남에서 생산된 운동화를 신을 것이다. 그리고 상쾌한 아침을 노르웨이 가수인 inger marie gundersen의 음악을 들으며, 케냐AA 커피콩을 대만산 그라인더로 갈아 MUJI의 일본산 드리퍼로 내린 커피를 마시며 맞이할 것이다. 우리의 삶을 세밀하게 관찰하면 우리는 이미 세계화의 중심에 서있다는 사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당신의 삶은 이미 얼마나 세계화되어있나? 



 나는 이러한 세계화 추세가 반드시 좋은 것이라거나 나쁜 것이라는 가치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추세는 더 이상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할 뿐이다. 이렇게 변화하는 세계에서 지금의 국가/정부는 어떻게 변화해야할까? 이렇게 변화하는 세계에서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할까? 이렇게 변화하는 세계에서 개개인들을 어떻게 대응해야할까? 난 진심으로 고민되고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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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22일 코멘트 : 2년 반전의 글이라 내용 관련 변동이 있습니다. 본문의 아르노 회장은 후에 벨기에 국적 취득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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