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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화 Apr 15. 2024

당신의 존재를 정의하는 축axis

강착원반 外, 데드미트 패러독스

차별과 평등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도 좋겠다.


인간은 차별하는 존재다. 사회학적으로 파고들지 않아도, 자신을 타자와 거리를 두어 인식하는 순간부터 문자 그대로의 차별이라는 도구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차이를 두어 분간하는 게 본능에 가깝다면 그것을 태도에 반영하지 않는 것이 훌륭한, 내지는 성숙한 사회인으로서 당연히 요구되는 자세겠지. 그래서, 현대 문명인은 모두 교양 넘치는 사회인인가? 


데드미트 패러독스 | 저자 강착원반 | 출판 놀 | 발매 2024.01.08.



「데드미트 패러독스」는 좀비를 소재로 평등과 차별, 사회정의를 이야기한다. 제목에 왜 패러독스가 들어가는지는… 끝까지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절묘한 제목이라 생각한다.


형제가 주인공인데, 변호사인 형은 인간이고, 동생은 어려서 죽은 뒤 좀비가 된 탓에 17세지만 죽었을 당시의 어린 신체에 그대로 붙박인 상태다. 좀비라고는 해도, 이 작품에 등장하는 좀비는 일반적인 ‘크리처’적인 좀비는 아니다. 그저 인간과 같은 신진대사를 하지 않을 뿐, 성장을 하지 않을 뿐 지성이 있고, 욕구가 있다. 

동생인 실버의 ‘제대로 한 사람분의 몫을 하고픈’ 욕구와, ‘부당한 불의에 맞서고 싶어 하는’ 의뢰인… 좀비 릴리의 욕구는 인간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식사를 하지 않고, 잠도 자지 않으며 극한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이지를 잃는, 우리가 익히 아는 좀비처럼 되는 것 정도가 다를 뿐이다. 


그들의 신체적 특성 때문에 자본가들이 좀비를 싼값에 고용하여 부리는 일은 점점 늘어난다. 덕분에 일정 금액 이상의 급여를 받아야만 하는 인간 노동자와 좀비 사이의 반목은 커져만 간다. 이 갈등 구조 안에서 배를 불리는 계급은 당연히 따로 있다. 좀비가 나오니까, 이것을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해도 좋을까? 

굳이 답할 필요가 없는 질문이겠지.


심완선 작가의 말을 빌려온다. 


SF 작가들은 ‘비정상’을 전면에 배치하는 방법을 쓰곤 합니다. 초인을 비롯해 여러 종류의 남다른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삼는 경우입니다. 이들은 자신의 남다름으로 인해 싸움, 갈등, 변화를 겪습니다. 그로 인해 사회가 변화하기도 하고요. 소설을 따라가다 보면 인물이 더는 이상하지 않게 보이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능력이나 모습이 다를 뿐 그도 똑같은 인격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독서는 본래 타인에게 이입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경험을 선사하곤 하지요. -「SF와 함께라면 어디든」, 103쪽
이처럼 SF는 비현실을 가정하지만 그렇기에 현실을 넘어선세상을 구상하도록 돕습니다. 우리는 SF를 통해 다른 방식의 삶을 배웁니다. 바꿔 말하면, 비현실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현실을 익힙니다. 그렇게 SF는 “우리가 불가피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기는 현실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SF와 함께라면 어디든」 , 19쪽


그러면, 이 이야기는 SF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장르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게 과연 가능한 얘긴가 회의하는 쪽이다. 어떤 소설은 미스터리이면서 로맨스이고, 어떤 책은 성장담이면서 호러다. 그럼 사회파 판타지(SF)인가, 이 작품은? 누가 어떤 갈래로 이 작품을 분류하더라도 차마 ‘좀비물’의 카테고리에는 넣을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재판에서 이기는 것만이 승리는 아닙니다. -14쪽
상대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면 지는 거라고 말했지? -56쪽 
사람들은 때로, 자기가 원하는 것을 틀 안에 맞추려고 할 때가 있습니다. 재판은 당신의 바람을 이뤄줄 수단일 뿐이지, 당신이 원하는 것 그 자체는 아니지 않습니까? -138쪽
제게 도움이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고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거예요. 이제야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은 거죠. -140쪽 


마지막으로 이 책을 다 읽은 사람에게 묻고 싶은 질문. 당신은 좀비(옹호) 파에 서겠습니까, 반좀비파에 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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