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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화 Sep 30. 2024

취향이 당신을 드러낼 때

수전 로저스 外, 당신의 음악 취향은

좋아하는 장르는 다 달라도 음악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음악을 구성하는 요소는 리듬과 선율(그리고 형식이 들어가던가)로 구분하는데, 일견 간단한 그 요소들의 조합이 출력하는 결괏값은 헤아릴 수가 없다. 어떤 장르를 극렬하게 좋아하는 사람은 또 특정한 장르를 혐오하는 수준으로 싫어하기도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텍스트는 호오의 낙차가 크지 않아 이것저것 두루두루 잘 읽는 사람이 흔히 존재하던데 취향이 무던한 사람들조차 음악은 대체로 선호가 분명하더라. 


http://aladin.kr/p/wqV2H


우리는 무엇 때문에 어떤 음반을 들을 때는 공감에서 오는 전율을 느끼고 어떤 음반을 들을 때는 감동 없는 냉담함을 느낄까? 나는 어설프고 불완전한 연주자의 마음을 표현하는 음악을 선호하는데, 오기는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기에 바흐의 엄밀한 지적 기교에 반응을 보일까?
더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 누군가가 어떤 음반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요인은 무엇일까? -59쪽


이 책은 바로 그 이유를 밝혀 설명한다. 어떤 사람에게건, 그 사람이 태어난 이후 그의 소리 풍경을 구성해 온 역사와 개인의 내밀한 정체성이 결탁하여 만들어낸 청취 프로필이 존재한다고 한다. 세상에 같은 지문을 가진 사람이 없는 것처럼, 동일한 청취 프로필을 가진 사람은 없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저자가 밝히는 바로 우리의 음악적 취향은 크게 다음과 같은 요인에 기대어 성장한다고 한다. 진정성과 사실성, 참신성, 멜로디, 가사, 리듬, 음색. 


여러분에게 최고의 만족을 선사하는 음악은 음악 청취의 중요한 일곱 가지 차원으로 정해진다. 전정성, 사실성, 참신성, 멜로디, 가사, 리듬, 음색이다. 이런 각각의 차원에 여러분이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합쳐져서 여러분만의 독특한 '청취 프로필'이 만들어진다. 여러분의 청취 프로필은 여러분이 음악을 들을 때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고 몸으로 반응하는지를 결정한다. -36쪽 


우리는 음악을 들으면서 저마다 다른 종류의 경험과 정서적 보상을 찾아 나선다. 어떤 사람은 달콤한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노래를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내적 리듬에 어울리는 그루브를 찾는다. 좋아하는 음반을 들을 때 상상력을 자유롭게 풀어놓는 편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사가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의 한 장면을 떠올리는 것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그런 까닭에 누군가가 어떤 음악을 선호하는지를 알게 됐을 때 그와 깊은 대화를 나누어보지 않았어도 잠시나마 그의 내면의 일부를 들여다본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것도 어느 정도는 말이 되는 일일 터다. 


내가 가장 강력하게 반응하는 음악은 가장 '나다운' 대목이 어느 지점인지 드러낼 수 있다. 몽상에 잠기거나 꿈의 나래를 펼칠 때 내 마음이 어김없이 향하는 바로 그곳이다. 그러므로 여러분의 청취 프로필에 딱 들어맞는 음악의 특징을 파악함으로써 여러분은 그저 더 좋은 청자가 되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가장 내밀한 본질을 더 잘 알게 된다. 우리가 음악의 진정성이라는 개념에 높은 가치를 두는 이유는 어쩌면 우리가 의식적으로 진정성을 경험할 때 우리의 자아상을 구현하는 뇌의 연결망이 작동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음반이든 연애 상대든 우리는 나를 최고로 나답다고 느끼게 하는 대상과 사랑에 빠진다. -63쪽


최근 플레이리스트를 바꾸어보고 싶어서 주위 분들께 음악 추천을 부탁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노래와 기악곡 몇 개를 레퍼런스로 댔더니 수없이 많은 추천이 쏟아졌다. 개중 어떤 것은 마치 나를 속속들이 알고 지낸 사람의 추천 같았고, 또 어떤 것은 부분적으로 공명하는 지점이 있어도 완벽히 내 취향이라고는 할 수 없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도 이런 추천이 아니었으면 접해보지 못했을 많은 음악들을 하나씩 들어보며 어느 부분에서 와닿는지를 더듬다 보니 나 자신과 이렇게 오래 함께 살았어도 여전히 나는 나를 온전히 알고 있지는 못했구나, 하는 깨달음이 와닿는다. 


덧.

저는 이런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 


https://youtu.be/OsrICJqWQ1E?si=IXBPpxXL1sTCKM97

Jason Mraz, 3 Things

https://youtu.be/3w5iMGSHvsE?si=Xb5umIKQOBVw31eF

에피톤 프로젝트, 첫사랑

https://youtu.be/fmKVjTrSmaQ?si=Ldpm7z0EBDrKhNOk

Jose Cardoso, Milonga

https://youtu.be/mrhJHN7MP1A?si=KQxQ7R-ahLmMJsKS

Granados, Valse Poetic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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