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이 사달의 시작이 어디였냐면
내가 어떤 일에 애착을 갖기 시작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버릇이 앉는다. 어떤 습관은 나와 그 일의 관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대상을 대하는지까지. 그러니까 습관들을 고백하는 건 결국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걸 드러내는 거나 마찬가지다.
나는 이런 사람이거든요,라는 자기소개나 마찬가지인 셈.
즉 여기에 올라가는 글들은 심히 사적인 이야기이고 그런 까닭에 몹시 편파적이고 비딱하면서 정제되지 않은 잡문에 가까우리라는 말씀을 미리 드립니다.
٩̋(ˊ•͈ ꇴ •͈ˋ)و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다짜고짜로 이런 질문을 했다. "책 좋아하세요? 저는 진짜 좋아하는데."
처음 만난 남자한테 할 만한 질문이 아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게는 나름 굉장히 심각한 문제였다. 나한테 책을 마음대로 사볼 수 있는지 아닌지는 생존급은 아닐지 몰라도 그에 버금가는 굉장히 큰 이슈였고(+이고), 그 문제로 애초에 내게 눈치를 줄 사람 같으면 처음부터 시간낭비할 (쌍방을 위해서라도) 필요가 없다는 게 소신이라면 소신이었다. 현 남편, 당시의 소개팅남(... -_-)은 쭈뼛거리면서도 상당히 당당하게 어필하기를,
"책 좋아하게 생기지 않았어요?"
아저씨 잠깐 이리 좀 와봐, 알겠는데, 어떻게든 나랑 잘해보고 싶어서 그랬다는 거 알긴 하겠는데 내가 말한 거 무슨 뜻인지 알면서도 그렇게 대답한 죄는 적지 않아... 어?
남편이 책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지금도 가끔 말한다. 자기 인생을 통틀어서 가장 감동 깊었던 책으로는 장 크리스토프만 한 것이 없다고. 20년을 같이 살았는데 결혼한 이후로 변변한 소설책 한 권 제대로 읽는 것을... 아 딱 한 번 봤구나. 로버트 하인라인. 그러니까 책 좋아하게... 저것은 사실상 적어도 독서라는 행위와 그에 수반되는 모든 종류의 활동을 존중하기는 한다는, 극히 우주적으로 광범위한 차원에서 좋아한다는 의미였던 것이었고 그야말로 위아더월드적인 발언이었던 것으로 드러나서 추후 나를 상당히 어이없게 만들었다.
나름 결혼생활의 로망이 배우자와 시시때때로 읽은 책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기에 내게 사기를 친(ㅋㅋㅋ) 남편이 오래도록 가증스러웠지만 적어도 나의 사적인 즐거움을 방해하는 괘씸죄마저 저지르지는 않았기에 나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좋아, 다음 타겟은 너다. 그 시선을 오롯이 감당해야 했던 건 태어난 지 몇 달 되지도 않은 어린 아기였다. 나는 아주 장기적인 플랜을 세웠는데, 당시 뽈뽈 기어 다니던 아이를 훌륭한 한 마리의 책벌레 한 사람의 애서가로 키우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200*년 여름부터 나는 품에 아기를 끼워 넣은 채로 열렬한 낭독가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당시에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엄마들이 꽤 많았는데, 나는 '아이의 문해력을 깨워주기 위해서' 같은 위대한 모성에서 책을 읽어준 게 아니었다. 순전히 지극히 이기적인 목적, 내 책친구가 필요해서 시작한 일이었다. 그게 성공한 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스무 살이 되신 그 아기(????)께서 갖고 싶은 책이 있다면서 저녁에 **문고 나와서 같이 책을 구경하자고 카톡을 치셨다(진짜 목적은 엄마 카드 그어줘요).
도서관에 있는 책이니 빌려 보라고 했더니 책은 무조건 소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 못된 습관은 엄마에게서 유전된 게 틀림없으니 책임을 지시라던가 뭐라던가.
...-_-
(아이들 어릴 때 가장 많이 읽어줬던 책)
to be continued (discontinuously) on next Mon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