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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공간을 곁에 두기 위하여

금정연, 김중혁, 탐방서점

by 담화

서점 주인의 꿈, 책 좋아하는 사람치고 한 번쯤 이런 그림 그려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진짜 그 꿈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현실의 서점 주인은 책장을 넘기기는커녕 책을 들고 앉을 여유조차 없는 것이 보통이라는 걸... 알게 된다. 모르셨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알게 될 것이다(아아아아아...)


http://aladin.kr/p/Ibx9J


서점 주인의 꿈은, 언제부터 흔한 로망의 영역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을까. 누구에게나 낭만적 동경에 가까운 꿈일 듯싶은데 서점 주인 하면 어쩐지 한가롭고 따사로운 풍경이 절로 그려지지 않나. 그런 꿈을 한 번쯤 품어 보셨다면 깨장창, 그 꿈을 산산이 부수어줄 현실이 바로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다.


총 여덟 개의 서점주들의 인터뷰와, 일본에서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두 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어떻게 서점을 창업하게 되었는지, 서점의 컨셉은 무엇이고 서점 운영 방식은 어떠한지. 매장은 어떻게 열게 되었는지, 어떤 애로사항이 있고 책방 운영의 현실적인 기쁨과 슬픔은 무엇인지.

달리 말해 이것은 현재 서점일에서 느낄 수 있는 잔잔한 기쁨과 하루에도 수십 번 오르락내리락하는 걱정과 불안의 현재진행형 보고서라고 하겠('다'라고 쓰려했는데 발간일이 2016년 8월 1일... 그럼에도 불구하고)다.


한국의 독립서점 개수는(참고로 언급하자면 이 책에서는 독립서점만 다루고 있지는 않다) 1000개가 조금 못 되는 것 같다(정확한 통계는 찾지 못했...). 나도 종종 찾는 동네 서점이 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응원은 책 두어 권 사들고 나오는 게 전부라는 사실이, 참 그랬다. 그 작고 작은 서점들이 저마다의 성격과 특색을 어떻게든 어필하려 노력하며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모습들이 존경스럽다.


이를테면 아주 싫어하는 책이 들어올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나름의 기준을 둔다면 일단 시장에서 연약한 책이라고 할 만한 책을 조금 더 발견되게끔 하는 게 이 책방의 출발이었으니까 그런 책을 눈여겨봅니다. -102쪽


1년 반 동안 확실하게 느낀 건,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손님이 엄청 많이 와서 1권씩 다 사 주시는 그런 날이 있어요. 막 희망에 들뜨죠. 드디어 책방에 사람들이 많이 오는구나. 그런데 다음 날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도 오지 않습니다. 그런 날이 2-3일 반복돼요. (...) 그때마다 늘 마음이 들쑥날쑥합니다. 또 요즘 비슷한 책방들이 많이 생기다 보니 본의 아니게 비교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143쪽


이건 딱히 서점인이 아니더라도,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에 새겨둬야 할 자세가 아닌가 싶다. 우린 늘 누군가와 경쟁하고 있고 비교당할 것이며 그러므로 마음의 상처를 입을 준비를 늘 해둬야 하니까. 한두 번으로 끝날 일도 아니니 아예 덤덤해지도록 스스로를 단속해 두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고.


기존의 작가 행사가 대부분 일회성 행사로 그쳤다면, 오랫동안 한 권의 책에 대해 깊이 있게 이야기하는 행사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마치 전국 투어처럼. -265쪽


어떤 책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이, 릴레이처럼 그 책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을 상상해 봤다. 이런 거라면 온라인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누군가가 해주면 좋겠는데, 정말 좋겠는데.


글쓰기라는 게 조금 더 쉽고 보편적인 취미 활동 혹은 개인의 창작 활동처럼 인식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글쓰기에 대한 신격화와 신비화가 이제는 흐트러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누구나 쓸 수 있고 누구나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글쓰기를 할 수 있는 시대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 더 많은 작가가 생겨날 테고 문학의 개념이 좀 더 확장될 테고 시장 자체도 커질 수 있습니다. -266쪽


글쓰기를 넘어 누구라도 소설을 썼으면 좋겠다고 강하게 권하는 작가로 금방 떠올릴 수 있는 건 김중혁 작가고, 글 쓰는 걸 너무 두려워하지 말라고, 일단 쓰자고 조심스레 말을 꺼내는 작가로 떠오르는 건 장강명 작가다. 작가들이 이렇게 진심을 다해서 권한다. 글쓰기는 너무 좋다고, 누구라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선뜻 글쓰기에 입문하기가 두렵다면 일단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하면 될 일이다. 독립서점에 가 보면 더 좋은 것이, 일반 서점에서 볼 수 없는 다종다양한 개성 강한 책들이 많기 때문에 용기에 불을 지피는 데는 더더욱 효과적이다. 동네 서점에 가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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