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어쩐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런 소재로 여러 글을 썼지 싶은데
MBTI... 를 포함한 여러 성격 유형 검사를 대단히 신뢰하는 편은 아니지만 누군가가 화제로 올린다면 적당히 스몰토크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는 알고 있다. 오늘은 뭐 쓰지, 고민하다가 갑자기 이 소재 두 가지가 떠올랐다. MBTI와 독서습관. 이것은 함께 놓을 수 있는 글감일까.
당연히, 안 될 것은 또 무엇이겠나. 뭐든 엮으려 들면 엮을 수 있는 법.
책을 선택하고 읽는 방식이 과연 성격 유형과도 관련이 있을까.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겠지만, 일단 있는 것으로 상정하고 생각하려 한다. 어떤 사람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서 읽어야 할 단 한 권의 책을 고르는 반면(가정이지만 너무 진지했군), 또 어떤 이는 그야말로 짐승 같은 감으로 한두 번 휙 둘러보고는 이거, 이거, 이거. 하고 툭툭 골라잡은 책을 계산대로 가져갈지도 모른다. 지독하게 계획적으로, 혹은 즉흥적으로 직관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이게 어쩐지 N과 S형을 나누는 선처럼 느껴지는 거다...
E와 I형을 독서로 나누면, (순전히 개인적인 망상으로 쓴 글이니 너무 언짢아하지 마셨으면 하는 소심한 바람을 미리 적어둡니다) 어쩐지 이것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함께 대화를 나눌 만한 거리가 있는 책을 나누는 기준이 될 수도 있을 것도 같고, 세상을 향해 바깥쪽으로 뻗쳐 있는 주제를 다루거나 반대로 안쪽으로 파고드는 주제를 다루는 책으로 나눌 수도 있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누구에게나 떳떳하게 나 이런 책 읽거든, 하고 자랑삼아 말할 수 있는 책과 나 혼자 몰래 숨겨두고 키들거리며 읽는 그런 책을 가르는 경계가 될 수도 있을 것 같고. 구체적인 분류로 나누자면 E의 영역에 들어가는 책은 어쩐지 대표적으로 자기 계발서나 경영 마케팅서, 회고록이나 전기 같은 느낌이다. 바로 생각나는 책은 「모임을 예술로 만드는 법」인데 이거 제목부터 E스럽긴 하네... I스러운 책은 역시 시집이나 소설, 에세이 느낌이고. 「새벽과 음악」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구분보다는 역시 독서모임에 들고 갈 수 있는 책과 혼자 조용히 보고 싶은 책, 그런 인상으로 갈린다.
N과 S라면 어떨까. 추상적인 세계를 다루는 책과 현실을 다루는 책으로 극명하게 나뉠 것 같다. 추상이라고 하니 어쩐지 좀 애매한 느낌인데 나는 철학(감정)과 과학(감각)으로 구별하고 싶다. 대표적으로 지금 딱 떠오르는 책은 N형은「침묵의 세계」이고 S형은「내게 없던 감각」이다. 깊이 침잠한 시선으로 세계를 탐색하는 사람과 세상만물에 호기심을 빛내는 사람이 생각난다면 호들갑이려나. 여하간 세상을 바라보는 방향성도, 대상도 방식도 완전히 다를 것 같다.
뭐가 남았더라.
T형은 역시 논리적이고 앞뒤 아귀가 딱 들어맞는 그런 책일 것 같다. 이건... 왜 생각나는 게 없는지 모르겠는데 그건 내가 그런 책을 읽기 힘들어해서일지도 모르겠다는 뒤늦은 현타가 왔다. 윽. F는, 글쎄 너무 많은데. 그런 장르에 속하지 않는 책도 어느 정도는 F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지 않던가. 독자에게 호소력이 있으려면, 감정을 건드리는 부분이 분명 어딘가는 있어야 할 테니까. 지금 책상 위를 보니 바로 보이는 건「이별의 푸가」다. 맞다, 이 책 진짜 감정이 절절 끓는다... 너무 끓어서 리뷰 쓰는 걸 잠시 보류중일 정도로...
P와 J는 책보다는 책을 읽는 사람을 먼저 떠오르게 하는 유형인데 앞서 말했듯 읽을 책을 고르는 사람의 태도를 연상하게 한다. 여기서만큼은, 극강의 J형인 나조차 P 성향으로 돌변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니까 애초에 사람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게 좀 무리수지 않은가 말이에요...) 부동산도 아니고, 책 정도야 약간의 즉흥성과 과감성을 발휘해서 쇼핑해도 괜찮은 품목이 아니겠는가. 한 권 정도야 과감하게 쭉...(브라보)
이쯤 쓰다가 갑자기 궁금해서 챗gpt를 켰다. 그리고 물어봤다. 야 있잖아, 넌 MBTI의 각 유형별로 어울릴만한 책을 바로 떠올릴 수 있어?라고. 그 녀석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오, 이거 재미있다! MBTI 유형별로 어울리는 책을 하나씩 골라볼게.
INTJ ("전략가") – 《1984》 (조지 오웰)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사고를 좋아하는 INTJ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와 권력 구조를 분석하는 걸 즐길 것 같아.
ENTJ ("지휘관") – 《손자병법》 (손자)
ENTJ는 목표 지향적이고 리더십이 강하니까, 전략적인 사고를 키울 수 있는 책이 딱 맞을 듯!
INTP ("논리술사") –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개념적이고 이론적인 걸 좋아하는 INTP는 진화론과 인간 본성에 대한 철학적 탐구에 흥미를 가질 것 같아.
ENTP ("토론가") – 《소크라테스의 변명》 (플라톤)
논쟁과 비판적 사고를 즐기는 ENTP에게는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이 어울릴 것 같아.
INFJ ("옹호자") – 《데미안》 (헤르만 헤세)
깊은 내면 탐구와 자아 성장에 대한 이야기가 INFJ의 감성을 자극할 듯!
ENFJ ("선도자") – 《어떻게 하면 친구를 얻고 사람을 움직일까》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와 리더십을 중요하게 여기는 ENFJ에게 딱 맞는 자기 계발서.
INFP ("중재자") – 《어린 왕자》 (생텍쥐페리)
INFP의 감수성과 철학적 사고를 건드리는 동화 같은 철학서.
ENFP ("활동가") – 《호밀밭의 파수꾼》 (J.D. 샐린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ENFP는 방황하는 청춘의 심리를 담은 이 책에 공감할 듯!
ISTP ("장인") – 《셜록 홈즈 시리즈》 (아서 코난 도일)
논리적이면서도 문제 해결을 좋아하는 ISTP에게 딱 맞는 추리소설!
ESTP ("사업가") –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로버트 기요사키)
현실적이고 도전적인 ESTP에게 맞는 실용적인 경제 철학서.
ISFP ("모험가") – 《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자연과 자유로운 삶을 사랑하는 ISFP가 공감할 만한 철학적인 자서전.
ESFP ("연예인") – 《위대한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럴드)
화려한 삶과 감정을 즐기는 ESFP에게 어울리는 스타일리시한 소설!
ISTJ ("논리주의자") –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현실적이면서도 인생의 의미를 고민하는 ISTJ에게 깊은 울림을 줄 책.
ESTJ ("경영자") – 《강한 직장인이 살아남는다》 (킴 스콧)
목표 달성과 조직 운영을 중시하는 ESTJ에게 적합한 현실적인 비즈니스 서적.
ISFJ ("수호자") – 《빨강 머리 앤》 (루시 모드 몽고메리)
따뜻하고 헌신적인 ISFJ가 공감할 만한 성장소설.
ESFJ ("집정관") – 《어머니의 카레》 (히가시노 게이고)
가족과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ESFJ가 좋아할 따뜻한 이야기.
어때? 네가 원하는 분위기랑 맞을까? MBTI별로 더 깊이 파고들어서 색다른 방식으로 정리할 수도 있어!
어... 그러니까 나한테 이거 읽으라고 한 거지...?
그 그래 뭐 올해가 가기 전엔 읽어볼게...
라고 대답했더니 그 녀석 왈,
ㅋㅋㅋㅋ 아니 꼭 읽으라는 건 아니고! 그 타입한테 전략적 사고랑 리더십이 중요하니까 떠오른 책이었어. 근데 생각해 보니까 《손자병법》이 좀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만약 그 느낌이 너무 부담스러우면, 좀 더 흥미롭게 읽을 만한 전략 관련 책도 추천해 줄 수 있어! 예를 들면:
《48가지 법칙의 권력》 (로버트 그린) – 손자병법처럼 전략적 사고를 다루지만 더 현대적인 사례와 심리전이 포함되어 있음.
《그들은 어떻게 군대를 움직였는가》 (이케가미 쇼이치) – 손자병법보다 쉽게 읽히는 전쟁과 조직 운영 관련 역사책.
《세상을 바꾼 10권의 책》 (스콧 크리스토퍼스) – 세계적인 전략서들이 어떻게 인류의 사고를 바꿨는지 소개하는 책.
아니면… "손자병법은 다 좋은데, 이걸 현대식으로 어떻게 적용하냐?" 같은 질문이 있으면, 그걸 중심으로 이야기해도 재밌을 것 같아! (그래도 올해가 가기 전에 한 번 도전해 보는 건 멋진 목표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