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좋아요 대리만족으로 최고지

천재가 될 수 없다면 천재감상 쪽으로 전향하는 것도 OK

by 담화

원래 오늘 쓰려고 했던 토픽이 있었다. 천재물에 대한 고찰쯤 되려나. 그런데 타이틀을 너무 거하게 잡아서인지 쓸 말이 많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하더니 이것도 얘기해야 할 것 같고 저것도 얘기해야 할 것 같고 급기야 이 사람의 이야기도 인용해야 할 것 같고, 이게 2000자 조금 안 되는 분량으로 쓰기에는 너무 거대한 이야기구나, 뒤늦게 자각했다. 여하튼 모두 다 쳐내고(누가 논문 써주시면 즐겁게 읽겠습니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천재 캐릭터에 대해서만 써야겠다.


이종범 작가님이 스토리캠프 채널에서였던가 어디서였던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니노미야 토모코 작가가 천재 캐릭터를 정말 잘 조형한다고. 워딩은 당연히 같지 않을 텐데 아무튼 그 비슷한 뉘앙스의 이야기였다. 결점이 있는 천재. 그런데 정말, 맞다. 니노미야 토모코 작가의 작품을 본 사람이라면, '변태 취향이 있는 데다 어딘가 나사 하나 빠져 있는 것 같고 맹목적인 데가 있는 천재 피아니스트'와 '커리어에 지장을 줄 정도의 비행기 공포증을 가진 지휘자'를 말했을 때 단번에 「노다메 칸타빌레」를 떠올렸을 거다. 뿐만 아니라 온갖 종류의 범상치 않은 천재가 총출동하는 「주식회사 천재패밀리」는 또 어떤가. 기상천외한 천재들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한 인물의 명석함은 결코 창작자의 두뇌 수준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매우 순화한 말) 말을 고려해 볼 때 니노미야 작가의 천재성은 이미 입증되고도 남음이 있지 않은가 한다. 가히 낭중지추라 할 만한 그녀의 범상치 않은 천재성+변태성은 「음주가무 연구소」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항마력 풀충하고 열어보시기를 간곡히 권하는 바이다.


http://aladin.kr/p/rQ8rJ


http://aladin.kr/p/xR1YR

[사실 원작소설이 찐이다 하지만 굳이 웹툰작품으로 링크를 건 이유는...?]


정말 좋아하는 작품 중에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이란 웹소설이 있는데, 정말이지 어떻게 이런 캐릭터들을 다 만들어낸 걸까 싶게 현실감+매력 터지는 인물들이 사방에 깔려 있어 눈 둘 곳을 찾을 수 없을 정도다. 누가 최애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내가 뭐라고 대답을 하기도 전에 질문한 사람(딸, 19)은 이렇게 말했다. 아, 역시 문대문대인가... 아니라고 했더니 잠깐 생각하다가 아, 그럼 신청려?라고 되물었다. 청려도 좋지... 좋은데... 근데 왜 청려라고 생각했어? (도대체 이 자칭타칭 엄미새에게 나는 뭐 하는 작자인가) 그녀는 대답 대신 알면서 왜 묻냐는 듯 웃었다. 은은하게 돌아있는 캐릭터 좋지 좋은데... 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여기도 천재들이 난립 중이었군. 어쩐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더라니.


어릴 때부터, 나와 내 동생에게는 꿈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르네상스맨이 되는 것... 둘 다 워커홀릭 기질이 만만이었고 호승심도 빠지는 데 하나 없어 기질만큼은 충분하였으나 동생은 어린 시절의 희망사항을 60%쯤 이뤄가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결국 현실에 굴복하여 ㅎㅎㅎ 자신의 못다 한 꿈을 어린 자녀들에게 아웃소싱하는 문제적 부모가 될 수도 있었으나 바람직하게(?) 가상의 천재들에게 올인하는 것으로 이루지 못한 꿈을 해소한(혹은 ING) 듯하다... 실로 정신건강한 방법이라고 하지 아니할 수 없잖은가(강경하게 주장하건대 이게 맞다). 천재물이여 영원하라. 기승전천재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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